물론 안맞는 방법일 수 있으니 유의하시라
이 글에서는 내가 책을 계속 읽는 비결을 알려주겠다. 첫 문장부터 패기가 넘친다. 1일 1권은 그냥 읽는 독서 고수인 같지만, 글을 쓰는 나는 사실 한 달에 한 권을 겨우 읽는다. 그리고 이렇게 읽은 것도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쪼렙 주제에 렙업 노하우를 알려주겠다고 나타난 꼴이다.
하지만 한 달에 한 권도 나에게는 엄청난 발전이다. 왜냐면 그전에는 진짜 1년에 1권도 겨우 읽었기 때문이다. 책 2권 읽는 사람이 20권 읽는 것보다, 0권 읽는 사람이 2권 읽는 게 훨씬 어려운 법이다. 독서 무지랭이에서 독서 초보라도 될 수 있었던 비결로는 3가지가 있다.
1) 궁금한 것만 읽거나, 미리 궁금한 걸 만들어 놓기
안물안궁이라는 신흥 사자성어가 있다. 묻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은 것은 들을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내가 궁금하지 않은 내용인데 남이 추천한 건 읽기가 힘들다. 지적 호기심이 항상 넘쳐나는 사람이라면 어떤 책이든 구미가 당기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한 답을 알려주는 책을 찾아 다녔다. 기분이 꿀꿀할 땐 나만 이렇게 사는것인가 궁금해하며 비슷한 상황인 사람의 에세이를 읽었다.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나면 다들 왜 이렇게 사는 게 꿀꿀할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현 시대 문화를 분석한 책을 읽었다. 이래서 다들 꿀꿀했구나! 이런 식으로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답을 책에서 찾아가는 경험이 쌓이며, 책이라는 건 은근 재밌는 것임을 알았다.
2) 작가가 누군지 찾아보기
책은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써놓은 것이다. 말과 다를 게 없다. 누군가 읽기는 저자와의 대화라고 하지 않았던가. 책읽기 전 간단하게라도 꼭 작가 정보를 찾아본다. 기왕이면 사진도 같이 찾아본다.
작가의 얼굴과 배경을 알고 나면 왠지 글도 친근해지는 느낌이다. 말하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으면, 중간에 딴 생각을 하는 게 왠지 미안해질 때도 있다. 대화 도중 멍때리다 들켰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3) 걸거치게 하기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라디오에서 책 읽는 시간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독자의 질문에 "책을 손에 들고 다니기만이라도 해보라" 고 말했다. 이걸 들은 다음 날 출퇴근길에서부터 바로 실행해봤다.
손에 쥐고 있는 건 너무 귀찮았다. 하지만 나자신을 달랬다. '나자신이여.... 읽지 않아도 된다... 그저 쥐고만 있어라...' 이렇게 오래 쥐고 있다 보면 안 읽기도 힘들다. 오가는 길에 몇 문단이라도 읽었다. 이 또한 경험이 누적되다 보니 점점 읽는 양이 늘어났다. 지금은 한층 더 걸거치게 하기 위해 눈에 띄는 모든 곳에는 읽다가 만 책을 놔두고 있다. 볼때마다 약간 압박이 되고 책을 놓은 나자신이 원망스럽다. 근데 이러면 결국 또 한 문장이라도 읽게 된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책을 꾸역꾸역 읽고 있다. 좋은 밥법이 아닐 수도 있고, 누군가는 더 꿀팁을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좀 알려주세요. 저도 언젠가는 독서천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