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 털고 딸네 준다고

by 열목어


아침 밥상에 딸애가 참기름을 찾더니

김이 나는 하얀 쌀밥에 두 숟갈을 포옥포옥 붓는다


아부지랑 참깨를 베고 말려서

퍼런색 가빠 위에서 털고 또 털던 생각이 났다


농사는 빨갛게 된 고추를 따고 또 따는 것처럼

끝이 안 보이는 것들 투성이 속에 있는 것이라


입에 지겨움을 물고 아부지, 몇 번 더 털어야 되나유


거 원래도 일곱 번 털어먹고 딸네 준다는 게 참깨여


싸락눈처럼 싸락싸락 흩어지고 모이던 참깨알들은

언제나 고소한 내음을 몽글몽글 풍겼다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랑 제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라는데


두 숟갈 씩 밥에 넣는 건 과하다면서

한 숟갈도 충분하다 말하고 좀생이 아빠가 되었다


들깨 참깨 옥수수 오이 심궈서 때 되면 기름 짜고 택배로 착착 부쳐오는

박스에 담고 테이프를 감는 아부지 구부정한 등과 투박한 손이 생각나서


한 소리 듣고 샐쭉하게 오물오물하는 딸내미 입술이랑

야금야금 받아먹기만 하는 내 입술이랑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 밥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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