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슬픔

by 열목어



허름한 집 좁은 마당에 꽃이며 화초가

싱그럽게도 자라고 있으면 나는 슬프다


녹슨 대문을 밀고 나온 소녀의 눈동자가

종종걸음으로 골목을 벗어나면 나는 슬프다


같은 차림새를 하고 있는 사람의 옷들이

정갈하게도 매일매일을 살아내면 나는 슬프다


아 나는 슬프다

세련에 닿아 미끄러지는 여린 마음과


웃음과 친절에 고개 숙이고 돌아오는 길에

왠지 모르게 기분 나빠오는 야릇한 차별이


손님은 왔는데 찬이 없다고 달걀을 부치는 사람과 콩기름 냄새가 나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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