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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유시

곰취

by 열목어


마을 사람들 흥성흥성 걸망을 지고

비료푸대니 쌀자루를 접어갖고

오대산 높은 산으로 나물 하러 간단다


거기엔 겨울잠 자고 일어난 곰이

뜯어먹고 다시 기운을 차리는

큰 산의 영험한 취가 자란다


이 고장의 봄 날엔 산줄기 줄기 억센 터에 붙어사는

흙의 힘줄이 얽혔는데

땅이 풀릴 때는 곰취가 있어

다시 바라는 새 맛이 있는 것이다


이를 한 번 못 먹어보고 봄이 지나가면

왠지 처량해지는 마음들이 모여

상큼 쌉쌀한 큰 산의 내음새를 맡는다


다 저녁에 노을을 받고 사람들이

욕심만큼의 나물들 자루며 푸대며

가득가득 부풀려서 이고 지고 돌아오는데


거기서도 따로 고이 싸매오는

가지런한 곰취의 싸아한 향기가

아련한 곰의 조상, 큰 산의 정기가 서린양하여


저녁 밥상 고추장에 한 입 싸서 우걱여 보면

곰이 남겨준 건지 곰의 것을 훔친 건지

고맙고 미안한 생각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또 곰이랑 풀을 나누어 먹는

강원도 두메의 든든하고 장한 역사는

구비구비 이어져 내려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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