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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유시

숨 쉼

by 열목어


쉼이란 말 앞에 아주아주 희미하게 숨이란 말이 보인다

점자로 더듬는

안 나오는 볼펜 자국이다



엉덩이를 찰싹

세상의 첫 숨을 마시며 울음을 터뜨린 건

생의 냉기를 입은



말이 되는지 모르면서

떠도는 것들을 적어 내린 문장엔

쉼표가 없었다



숨표와 쉼표는 다르다는데

악보를 펼치니 쉼표뒤에 찍힌 숨표



지금이야

너는 지금을 산다고



허파에 스미는 들숨을 알아차린다

한 호흡씩 과거로 밀려나간다

언젠가 쉼 속에 숨이 없는 날

안식의 영지로



숨조차 없는 쉼으로 간다

바람의 숨으로 돌아가

악보가 없는 곳에서 노래가 된다

온쉼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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