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섬의 빛깔

by 열목어


파랑을 뚫고 넘으면

바닥에 가라앉은 것들이

울렁이며 올라온다

파랑波浪의 부작용은 오심惡心


유리병 안의 상념이

탁하게 물결친다

메슥대는 잿빛

바다는 온통 파랑주의보


선수가 향하는 곳은 그래도 동북쪽이다

쪽빛이 쪼삣하이 솟았다는

비 오는 들판의 우산 같은

옛적 우산국으로


먼바다에 아침해가 오르고

길어진 섬 그림자 삼척쯤의 등뼈에 닿으면

소문처럼 두런거리는 우리 고장 말이

바람에 실려 가고 온다는


할아버지 키만큼 눈이 덮이면

얼다 깨다 움튼다는 명이랑

오징어 마르는 돌담 모퉁이

일렁이는 설렘을 재우는 처녀를 보러


점 하나 시나미 섬처럼 다가서며

부유하던 잿빛은 가라앉는데

바다의 색깔이 변하는 것은

상념이 잦아든 까닭인건가


뱃전을 내려 바닥을 딛는다

종아리에 힘을 주고 올려다본 섬은

시리게 갠 하늘 온천지에 쏟아 놓은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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