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44년 8월 : 오르샤 - 민스크 전투

붉은 군대의 몰락?

by 전략 문학

(이 글은 '대체역사' 항목에 포함됩니다.)

(가져가시는 건 자유지만, 출처를 명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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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지크] 시리즈

제1부 철혈의 지배

1944년의 장

5장. 민스크-오르샤 전투 : 붉은 군대의 몰락?


프롤로그 : 붉은 별 아래에서의 가혹한 시련


중부 러시아의 7월은 초목이 무성하고 태양은 화창했다.

지독한 라스푸티차는 아직 그 편린조차 보이지 않았다.


독일 중부집단군은 이미 소련군의 43년 가을 공세에서 한차례 타격을 입고 스몰렌스크를 버리고

오르샤 ㅡ 민스크까지 100km를 물러난 상태였다. 이들은 이제야 그때의 피해에서 회복한 상태였다.


그들을 향해 스몰렌스크에 대기하던 두 벨라루스 전선군이 움직였다.

이들은 발트 전선군들의 참패 이후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어의 사자(Abwehrlöwen)라 불린 발터 모리츠 모델 원수.

그의 중부집단군에 또 한 번 가혹한 시련이 닥쳐왔다.


본편 : 노호하는 방어의 사자


금빛 밀과 녹색 호밀 바다 사이의 민스크, 중부집단군 사령부.


"오르샤 방면의 적은 벨라루스 전선군 예하의 사단으로 보이며..."


"요점!"


참모가 브리핑을 시작하자마자 모델이 일갈했다.

그가 움찔거리며 주저하자 다른 참모장교가 빠르게 나섰다.


"최소 3개 사단이 오르샤를 압박 중입니다."


"누가 있고, 버틸 수 있나?"


"12사단이 오르샤에, 57사단은 그 인근에 있습니다. 버티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왜, 어떻게 버틴다는 건가?"


"숫자 상으로만 봐도..."


"그건 전혀 맞지 않다. 전혀.

전력의 50%가 깎여나가고서야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하려는 건가, 당신은?"


"그, 그렇다면 증원을... 기동예비..."


"다음, 다음 방안을 제시하라."


또 다른 참모가 나섰다.

"적을 섬멸할 좋은 기회입니다. OKH에 요청해서 AKO 기갑집단을..."


"그 병력이 지금 어디 있지?"


"... 발트입니다."


"그건 작전이 아니고 도주나 적전이탈이다. 생각, 생각을 하라!"


그때 사령부의 문이 열렸다.

누군가의 부관으로 보이는 젊은 루프트바페 장교가 주저하며 들어왔다.


"실, 실례합니다. 보고가..."


"말하라, 말해! 빨리!"


"죄송합니다! 항.. 항공 저, 정찰 결과 보고입니다.

오르샤 교두보에 소련군 전차가 확인되었습니다!"


"얼마나, 몇 대!"


장교는 황급히 사진뭉치를 넘겼다.

하지만 성큼성큼 다가온 모델이 그것을 낚아챘다.


"하나 둘... 대충 50대. 대대. 도하 장비 부족. 이제 가 봐!"


루프트바페 장교가 허둥대며 나간 뒤 참모들이 말했다.


"저기, 원수 각하... 어떻게 그렇게 단정하시는ㅡ"


"생각해라. 이 부분 전차 집결! 저 뒤에 방치된 보급 차량!

뭐다? 공병이 없다, 도하가 안돼서 쌓이고만 있다!"


참모들은 다시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흐릿한 항공사진 속, 전차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은 점들이 보였다.

... 아마도 그렇게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르샤는 포기. 질서 정연한 철수. 그다음 거점은?"


"보리소프가 있습니다."


"왜 거기지."


"베레지나 강이 자연방벽이 되어줍니다."


"좋다. 좋은 답변이다.

하지만 베레지나 강은 백여 년 전 나폴레옹이 철수하다가 모든 병력을 잃었던 곳이다.

그는 왜 그곳에서 몰락했지?"


"예, 철수를 엄호할 부대와 교량 통제를 강조하겠습니다!"


"아주 좋다. 예비는?"


"제3 기갑군이 중부집단군 직할로 있습니다. 그리고 제12 기갑사단이..."


"요점. 기갑군?"


"아, 예! 명칭은 기갑군입니다만... 보병사단 3개와 기갑사단 1개입니다."


"제20 기갑사단과 제505 중전차대대는 내 명령 하에서만 움직인다.

제12 기갑사단 전력은?"


군수장교가 허둥지둥 서류철을 넘겼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령부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는 째깍거리는 초침 소리가 마치 단두대의 칼날 같다고 생각했다.


"100여 대 남짓합니다. 실전력은 사단의 절반입니다."


"그걸 중심으로 전투단을 꾸려서 철수 엄호.

중요지역은 보병 사단을 중심으로, 돌격포 여단을 쪼개서 보강."


그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참모들은 재빠르게 흩어졌다.

달려 나간 이들은 사령부에 남아 원수 곁에서 버텨야 할 동료들을 안쓰럽게 여겼다.

가끔은, 포탄보다 언어가 더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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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선. 오르샤 인근.


제12 보병사단의 방어가 반나절 간 이어졌다.

소련군은 최초 북쪽에서 오르샤를 압박하고, 남쪽에서 드루트 강을 도하하여

도시를 포위하려 했으나 공병 및 도하 장비의 부족으로 결국 북쪽 방면에서의 압박만을 실시했다.

도시의 북쪽에서 전투가 이어지는 동안, 남쪽에서는 전차들이 멀뚱 거리며 서 있었다.


그날 저녁 즈음에 도시 인근에 주둔해 있던 제57 보병사단의 1개 연대가 중심이 된

전투단이 도시 북쪽으로 다가왔고, 소련군은 잠시 철수했다.


제12 보병사단은 야음을 틈타 박격포 한 문 남기지 않고 도시에서 철수했다.

철수에 발맞춰 교량이 파괴되었다. 그들은 별다른 압박 없이 보리소프 방면으로 이동했다.


다음날 소련군은 독일군이 물러난 오르샤와 묘길로프를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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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군은 전선의 남부에서도 공세를 이어갔다.

보브루이스크에 주둔하던 제35 보병 사단은 베레지나 강을 끼고 방어했다.

다음날, 돌격포 여단에서 1개 대대가 방어선에 합류했다.

돌격포들은 도시의 곳곳에 엄폐한 채 강 너머의 숲과 늪에 정체된 전차들을 손쉽게 공격했다.

도하를 준비하던 전차들이 격파당하고, 소련군은 잠시 도하를 멈췄다.


보브루이스크와 달리 민스크 축선에서의 전투는 계속 이어졌다.

철수하던 보병 사단들을 공격하려는 소련 전차 부대들이

제12 기갑사단과 돌격포 대대의 혼성기갑부대에 저지당했다.


늪과 숲이 곳곳에 자리 잡아 있었기 때문에,

전투는 마을 사이를 이어주는 도로에서 주로 이뤄졌다.


결국 대부분의 전투는 소규모 전차 부대의 조우전이었다.

돌격포의 낮은 차체나 독일 전차병의 숙련도가 작은 승리를 계속 이끌었다.


철수하던 제12 보병사단은 경유지인 탈라친에 잠시 집결하여

전차 부대와 함께 소련군의 돌파를 저지했다.


잠시 시간을 번 그들은 마을에서 짧은 휴식을 가졌다.

인근 농가에서 달걀을 얻어온 병사는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했고,

마을 우물에는 수통을 채우려는 자들의 줄이 가득 늘어섰다.

개울에서 세수를 하거나 머리를 씻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계속 이동명령이 떨어졌고, 부대는 다시 서쪽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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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제국 대육군의 무덤, 베레지나 강이 고고히 흐르는 보리소프.


제12 보병사단이 강을 넘어 보리소프로 도착하자, 마치 철수를 배웅하듯 소련군의 포격이 도시를 덮쳤다.


겉보기에는 동부 전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강을 낀 소도시에 불과했지만,

보리소프는 유럽 전쟁사에서 특별한 무게를 지닌 장소였다.


1812년, 나폴레옹의 대육군은 모스크바 점령 뒤 피로와 추위에 시달리며 서쪽으로 철수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러시아군이 다리를 불태우자 프랑스군은 부교를 가설해 강을 건너야 했다.

그 과정에서 수만 명이 강에 쓰러졌고, 대육군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베레지나라는 이름은 곧 '몰락'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 역사적 전장에서, 다시 한번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강을 넘는 쪽이 러시아 군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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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너머의 독일군이 모두 철수했기에 소련군의 도하 준비는 별다른 방해 없이 준비되었다.

전장이 잠잠해지자 병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짧은 적막한 시간, 양 측은 각자 준비를 마쳤다.


적막 속의 보리소프, 제1 방어선.


독일군 병사들은 마지막 밤을 각자 사정에 맡게 보내고 있었다.

누군가는 불안한 듯 계속 강안을 쳐다봤다. 또 다른 이는 참호 속에서 가족에게 편지를 썼다.

그리고 한 소대장은 다른 이들과는 다른 경험을 하고 있었다.


"자네, 여기 책임자인가?"


"어, 네. 그렇습니다."


그는 몰래 담배를 피우려 했다가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 근데 이 사람은 누구지?


"잠은 언제 푹 잤나?"


"예?"


"잠 말이다, 잠.

잠은 언제 푹 잤고, 군복은 언제 갈아입었나. 따뜻한 식사는 언제가 마지막이었지?"


"어... 하나씩 답하겠습니다.

저희 소대는 2시간 전 투입되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쉬었습니다.

군복은 꽤 되었습니다. 오르샤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쉴 틈이 거의 없어서.

따뜻한 식사는... 오르샤에서 먹고, 며칠 간 건빵만 씹다가 보리소프에 도착하고 바로 보급받았습니다.

... 혹시 무슨 문제 있습니까..?"


"전방이 보이잖나. 곧 소련군이 잔뜩 넘어올 거다.

여기 방어선을 지키면서 무슨 생각이 들고 있나?"


"가능하면 여기로는 안 왔으면 합니다만... 아마 무리겠지요. 체념했습니다."


"왜 무리라는 건가."


"교대하며 전번 소대장한테 들었는데,

오후부터 저녁 내내 저 건너편에 소련 놈들이 기웃거리며 다녔다더군요.

탈라친에서 저가 봤는데, 꼭 그러면 거기로 새까맣게 몰려왔거든요."


"흥미롭군. 탈라친에서는 어땠지?"


"전날엔 기웃거리는 놈들이 계속 다니고, 다음날엔 거기에 전차나 돌격포를 갖다 두고 쏘아대더군요.

그리고 다 같이 도하. 소름이 끼칩니다."


"어떻게 살아남았고, 내일 뭐가 있으면 좋을 것 같나?"


"저희를 엄호해 준 전차나 돌격포가 응사해 줘서 살았지요. 아니면 모두 죽었을 겁니다."


"그래. 잘 알았다. 덕분에 베우는군. 꼭 살아남길 바라네. 끝나면 사령부로 와서 커피 한 잔 하지."


모델은 떠났다. 소대장은 그가 떠나자 말하지 못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그래서 누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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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태양이 뜨기 시작했다.

독일과 소련을 가리지 않고, 태양을 보는 이들은 조용히 기도했다.

'부디 오늘 살아남기를. 내일의 태양도 볼 수 있기를.'


그리고, 침묵은 불현듯 무너졌다.


맹렬한 포격이 시작되었다.

중포, 야전포, 박격포, 이따금 가세하는 카튜샤까지.

그 충격은 가히 하늘과 땅을 뒤엎는 듯했다.


그중 모두의 기억에 강한 인상을 남겨준 것은

스타브카 직속(РВГКㅡ최고사령부 예비) 203mm 초중포와 스탈린의 오르간, 카튜샤였다.


203mm 중포탄이 교회를 후려쳤다.

첨탑에서 소련군을 감시하던 정찰반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카튜샤의 포성은 이 세상의 물건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마치 괴조가 울부짖는 듯 한 소리가 들렸고, 얼마 뒤 로켓탄들이 사방팔방에 낙하했다.


흙이 튀고 바위가 깨지고 건물은 무너졌다.

독일 포병대는 침묵하고 있었다.


보리소프를 수비하는 독일군들은 참호에서 단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몇 분이나 되었을까. 맹렬한 포격은 점차 줄어들어갔다.

하지만 참호에 있는 이들에게는 그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졌다.


가장 용기 있는 이들만이 참호에서 고개를 들고 강안을 살폈다.

그들은 베레지나 강 너머에 가득 들어찬 소련군을 볼 수 있었다.


전차와 자주포들이 강안 너머에 배치되고, 의심되는 것은 모조리 쏘기 시작했다.

어딘가는 빈 건물이었고, 또 다른 곳은 피난하지 못한 민간인이 있었다.

가끔은 독일군이 있기도 했다. 그것들은 모두 무너져 내렸다.


소련군 공병대가 빠르게 강안으로 다가갔다.

맹렬한 포격은 독일군을 파괴하기 위함이라기보다, 이들을 지키기 위해 실행되고 있었다.

강안에 도착한 공병대는 차량에서 모터보트를 하역하고, 배치했다.


그리고 트럭에서 내리는 소총병 분대들이 보트로 접근했다.


그들이 하차하는 순간, 독일 포병대의 포격도 시작되었다.

맹렬하게 사방을 뒤엎던 소련 포병대와는 다르게,

공병대와 보트, 그리고 소총병이 뒤얽힌 곳을 집중적으로 포격했다.


첫 포격은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다.

통신으로 조정된 일제 포격이 상륙집결지를 짧게 휩쓸었다.


단숨에 수백 명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보트와 가교 장비가 찢겨나갔다. 그것보다 약한 사람의 신체는 말할 것도 없었다.

보리소프의 베레지나 강은 백 수십 년 만에 다시 피를 삼켰다.


하지만 살아남은 이들은 보트를 타고 강을 넘었다.

일제 포격에 흐트러진 도하 대열은 수습 없이 즉시 출발했다.

죽음으로 나아가라고 강요할 필요도 없이, 그들은 자발적으로 출발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곧 있으면 붉은 군대 포병대는 사격을 멈출 거고, 그때 뒤늦게 출발한다면 무조건 죽을 테니까.


그리고 3번째 보트 대열이 출발하자, 포격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마지막 포격은 연막탄이었다. 강과 강안 곳곳에 연막탄이 뿌려졌다.


독일군은 그럴듯한 방향에 기관총을 갈겼다.

도하 중인 소련군은 그 소리를 따라 연막 속을 나아갔다.

이미 연막의 너머에서는 근접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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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스크, 중부집단군 사령부.


"제압 포격에도 불구하고 소련군은 도하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적의 포격은 강렬하고..."


"그만. 서사시라도 읽나? 요점만!"


"소련군은 도하를 성공시켰습니다!

제1 제파에서만 적어도 50개 이상의 보트가 출발!

그 대부분이 보리소프에 도착했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지금도 계속 도하 중입니다!"


"뭐가 그리 호들갑인가! 한두 번 보는 광경도 아닐 텐데. 대응은 어떻지?"


"예. 12, 57 보병사단과 267 보병사단이 방어 중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제4군의 보병 군단이 방어하는 모양새입니다."

다른 참모가 대신 답변을 시작했다.


"20 기갑사단은?"


"위치에 도착했고, 은폐 상태입니다."


"좋다. 267 보병 사단은 예정된 저지 지역으로 철수한다.

12 사단은 계속 버틴다. 사단의 피해가 누적되면 보고하라."


다시 보리소프.


제3 제파가 도하를 마쳤다.

그들은 피와 망해를 삼키는 베레지나 강을 넘어,

보리소프의 시가지 블록들을 장악하고 교두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스타브카 직할, 중 도하 공병 연대는 몇 차례 실패 끝에 가교를 제작해 냈다.

남은 보트가 모조리 동원되어 가교는 부교가 되었다.

그 다리는 마치 백여 년 전 대육군이 피와 인간으로 만든 다리 같았다.


드디어 다리가 만들어지자, 그 다리로 소련군이 몰려왔다.

용감한 전차병이 자원해서 부교를 가장 먼저 건넜다.

다리는 무너지긴커녕 흔들리는 소리조차 없었다.


그의 뒤를 후속하여, 전차와 트럭들이 부교를 넘어 보리소프로 진입했다.

독일군은 철수 중이고, 소련군은 밀려들어왔다.

바야흐로 곧 도시는 소련의 수중에 들어가고, 민스크까지의 길이 열리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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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스크, 중부집단군 사령부.


"원수 각하! 도시의 대부분이 소련군의 손에 넘어가고 있습니다!

12 보병사단은 밀려나고 있습니다! 어서 철수 지시를!"


모델은 지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57 사단은."


"도시 밖으로 철수했습니다. 저지 진지를 점령해야 하는데 정확히는..."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명령이 하달되었다.


"좋다. 돌출부를 파괴한다.

HArko 307(Höheres Artilleriekommando 307), 포병 사격을 실시한다!

10.5cm 포병대는 돌출부의 첨단을 저지하는 사격을!

17cm, 21cm 포병대는 교량과 그 인근을 포격하여 증원 차단을!

포격이 시작되면 20 기갑사단을 돌파시켜서 돌출부를 절단하라!"


"제505 중전차 대대도 있습니다, 원수 각하!"


"그래, 중전차 대대는 12, 57 보병 사단을 엄호하며 대전차전을 수행하라!"


모두가 기다리던 반격 지시가 떨어졌다.

모델의 특기, 포병 사격과 '손등 치기'가 결합된 기동 방어의 시작이었다.


다시 보리소프.


미리 준비된 좌표로, 미리 할당된 양의 포격이 시작되었다.

도하 준비의 저지를 제외하고는 독일 포병대는 침묵했기에,

모두가 이 포격이 반격의 신호탄임을 눈치챘다.


밀려나려던 독일 보병 사단들은 그 자리를 고수 방어하기 시작했다.

스탈린그라드에서 그러하였듯이, 건물 한 층, 교차로 하나가 전장이 되었다.

보리소프는 스탈린그라드보다 훨씬 작았지만 전투는 치열했다.


하지만 근접전 전문 부대인 돌격 부대(штурмовые группы)들은

이미 발트 축선의 충격군으로 이동한 상태였기에,

소련군은 근접전에서 별다른 이득을 거두지 못하고 고착되었다.


중포의 포격에 부교가 손상되고, 증원부대가 차단되자

제20 기갑 사단이 돌출부의 허리로 나아갔다.

교량 위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던 자들이 가장 먼저 파괴되었다.


포격이 잦아들 무렵, 기갑 사단은 돌출부를 절단해 냈다.


교량이 파괴되기 직전, 철수 명령이 하달되었다.

하지만 보리소프에 갇힌 이들이 본 것은 파괴된 채 떠내려가는 부교였다.

강 위에 유일하게 남은 교량의 상판에는 덩그러니 놓인 불타는 전차가 있었다.


강안 너머에서, 아군들이 그들을 보고 절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구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도하 지원 단계에서 포탄을 대부분 소진한 포병대는 침묵했고,

전선군 공병대는 더 이상 보트가 없었다. 스타브카 직할 중도하연대 역시 고개를 저었다.


백여 년의 세월을 넘어, 대육군의 비극이 다시 한번 재현되었다.

밤이 되자, 강 너머의 붉은 군대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보리소프에 고립된 이들은 모두 죽거나 개별적으로 투항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전선군에서의 항복 허가는 떨어지지 않았다.


이틀 뒤, 보리소프.


모델은 참모들과 함께 전선을 순시했다.

병사들은 지치고 피곤해 보였지만, 승리의 기쁨이 그 모든 것을 덮어주고 있었다.


"이 지역을 담당하던 건 누군가?"

모델이 물었다.


"저희 제27 보병연대의... 7중대 2소대 담당 구역이었습니다."

동행한 12 보병사단의 연대장이 서류를 보며 모델에게 답했다.


"그 7중대는?"


"7중대는 소련군 도하의 최전선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중대장 예하 모든 장교가 전사. 부대는 해체되어 타 중대들로 분산되었습니다."


"그런가. 역시 그렇게 되는 건가..."


"...?"


"아닐세. 큰 희생에도 불구하고 방어에 성공한 당신 연대에 감사하네."


모델은 사령부로 돌아갔다.


준비해 둔 커피는 한 잔만 필요하게 되었다.

그 맛은 매우 썼다.

그는 단숨에 커피를 들이켜고, OKH에 보고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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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환희 속 베를린, 벤들러블록의 장군 클럽.


민스크를 두고 벌어진 일련의 전투에서 독일이 승리한 뒤,

OKW 주관으로 장군 클럽에서는 축하 파티가 열렸다.


"리가에 이어서 또 승전보요. 과연 독일 육군은 천하무적인가!"

파티의 주관자, OKW 작전참모장 알프레트 요들이 잔을 들었다.


"건배!"


"승리에 건배!"


"육군과 루프트바페에 건배!"


그의 옆에는 OKW 총장 빌헬름 카이텔 원수가 조용히 서 있었다.

한때 히틀러의 충복으로 권세를 휘둘렀으나, 이제 누구도 그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요들의 곁에 있어도 그의 존재는 장식품 같았다.


"애석하게도 조국의 사정 상 안주는 그리 호화롭게 준비하지 못했다만...

승리를 안주로 즐겨주시길 바라오. 이상."


장군들은 담소를 나누며 술과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의 대화는 승리로 시작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전쟁에 대한 피로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전투에서의 붉은 군대의 붕괴 조짐은 모두를 즐겁게 하는 주제였다.


그때 문이 열렸다.

육군참모총장 하인츠 구데리안이 들어왔고,

곁에는 퇴역 원수 에리히 폰 만슈타인이 서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업무가 있어 늦었소. 대신 특별한 손님을 모셔왔소."

구데리안이 짧게 말했다.


"! 원수님, 환영합니다. 언제나처럼 편히 있어주시길."

요들이 빠르게 응대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전선 상황을 공유받을 수 있다면 영광이겠습니다."

만슈타인이 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와 구데리안을 중심으로 장군들이 모였다.


"원수 각하께서는 이번 승리를 어떻게 보시는지..."


"AKO 기갑 집단의 공이 지대합니다. 사실상 원수께서 키우신..."


많은 말과 질문이 그에게 쏟아졌다.


"저는 현역이 아니니 질문하신 바에 대해 제 의견을 덧붙일 수 있을 뿐입니다.

실제 상황은 여러분이 더 잘 알고 계실 터, 제 견해가 도움이 된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가 답했다.


다들 누가 무슨 질문을 할지로 웅성거리자 구데리안이 말했다.

"그럼 원수, 아까의 그 이야기를 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럴까요. 그럼 참고하는 정도로 들으시지요. 향후 소련군의 방향에 대한 사견입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중들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누군가가 빠르게 요들에게 갔다.


"즉, 소련군의 목적은..."


"원수 각하. 그 이야기... 다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 꼭 듣고 싶습니다만..."

만슈타인의 말을 끊고 요들이 말했다.


만슈타인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제 사견에 무슨 문제라도?"


"아니요, 아닙니다. 그런 게 아녜요. 저는 듣지 못해서."


만슈타인은 주변을 잠시 둘러봤다. 히틀러는 이제 없다.

괴링은 허세 가득한 자식이지만, 군에는 호의적이다.

그는 다시 한번 OKW를 믿어볼지에 대해 고민했다.


"불편을 드리려는 게 아닙니다. 아니면 저와 OKW로 가셔서 말씀해 주셔도.."


"그럴 필요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요. 개인적 의견이니 가볍게 들으시길."

그는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이번 소련의 공세를 보면, 핵심은 핀란드와 발트였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카프카스는 건드리지 않았지요.

이는 정면 결전 회피와 취득 용이한 성과 집중의 패턴입니다.

전선은 핀란드–발트–민스크로 계단식 남하를 택했습니다.

이를 종합하건대, 이어질 소련군의 결정적 기동은..."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


모두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짧게 이 순간을 즐겼다. 그리고 속으로 작게 웃었다.


"... 예비 전선군의 남하. 발칸–루마니아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성공하면 우크라이나·카프카스의 아군은 고립.

발칸 동맹은 붕괴, 플로에슈티 유전 상실로 귀결됩니다.

AKO 기갑 집단으로 이 계획을 선제 분쇄해야 합니다.

철저하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그들에게 남겨야 합니다."


"아니... 그렇게 많은 피해가... 그들은..."

요들이 중얼거렸다.


"소련 동원 능력은?"


"월 15만 추산입니다."


"핀란드 상황은."


"피해는 봤으나, 핀란드는 곧 굴복할 겁니다."


"발트에서 소련 전선군이 모조리 소멸했다는 신문 보도는?"


"1개 전선군 격파가 실제 성과입니다. 나머지는 타격 수준."


"이번 '대승'은?"


"전선군 두 개가 도하 실패 후 이탈… 아."


"그렇다면 다음 전투는 결전입니다. 쌍방에 결정타가 되겠지요."

그는 차갑게 마무리했다.


클럽의 파티가 끝나기도 전에, 요들은 카이텔에게 마무리를 부탁한 뒤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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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 기동 방어


1. 작전 구상과 초기 배치


소련

민스크-오르샤 축선 공세는 바그라티온 작전의 1단계, 쿠투조프 작전의 마무리 단계로 설계되었다.

전체적으로는 보조 축선으로서 계획된 공세였다.

쿠투조프 작전 전반부 동안 스몰렌스크에 대기하던 제1, 제2 벨라루스 전선군이 공세에 동원되었다.

목표는 신속한 교두보 확보로 민스크 축선을 돌파하여 중부 집단군을 공격, 가능한 밀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공세의 가장 큰 목적은 독일의 기동 예비를 중부 러시아 축선에 묶어두기 위함이었다.


독일

중부 집단군은 2단계로 배치되어 있었다.

1차 라인은 오르샤-모길료프,(드루트 강 방어선)

2차 라인은 보리소프-보브루이스크(베레지나 강 방어선) 였다.

소련의 공세가 시작되자 독일은 1차 라인을 포기하고 2차 라인에 방어 역량을 집중하였다.

1943년이었다면 사수 명령 및 정지 명령으로 인해 불가능했을 방어선 축소는,

아이러니하게도 44년의 쿠데타로 인해 가능하게 되었다.


2. 교전 양상


독일은 기갑 엄호 하에 보병 사단을 2차 라인으로 철수시켜 추격 시 발생하는 피해를 방지하였다.


보리소프 전투에서 독일군은 도시와 요충지의 점거로 소련의 전진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면서

미리 준비된 포병을 집결지와 도하 예상로에 집중 투사하여 도하 시도의 충격을 흡수하고

병력 집결을 분쇄하였다. 반격 페이즈에서는 집단군 기갑 예비를 신속히 기동시켜

교두보 허리를 노린 반격을 가하였고, 공병은 주요 교량과 접속로를 통제·파괴하여

적의 보급로와 증원로를 봉쇄하였다.

포병의 억제 사격과 기갑의 적시 결합은 도하로 형성된 교두보를 고립시키고

그 유지 능력을 실질적으로 제거하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소련군은 야간과 은밀을 활용한 신속 도하로 초동 교두보를 확보하려 하였다.

이를 위해 공병과 선발 보병을 우선 도하시켜 임시 부교를 구축하고

전차와 기계화부대의 신속 유입으로 교두보를 확대·안정화하려는 작전 개념을 따랐다.


보리소프 전투에서 소련군은 초기의 부분적 성공을 통해 제한적 교두보를 건설했으나,

집결지 노출과 도하 장비 손실로 인해 추가 보급과 전력 유입이 지체되었으며

그 틈을 탄 독일의 집중 포격과 기갑 돌입이 고립 부대의 전멸과 포로화를 초래하였다.

독일은 1차 라인 포기로 병력을 집중하고, 소련군을 더 깊게 끌어들여 공군 지원과 적시 보급을 막았다.


3. BDA(Battle Damage Assessment) 요약

BDA 한글.png

※ 쌍방 피해는 있으나 공병, 도하 장비를 대규모로 상실한 소련 측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치명적이다.

독일 중부 집단군은 전선 주도권을 단기적으로 확보하였고,

소련군은 재정비와 보급, 보충 전까지 공세의 지속이 어려워졌다.


4. 작전적 효과


1) 독일군


방어선 유지

중부 집단군은 오르샤와 모길료프 라인을 큰 교전 없이 상실하였으나,

상급 부대의 지원 없이 단독 전력으로 베레지나 강 방어선에서 소련군의 공세를 고갈시켰다.


기동 방어 달성

중부 집단군은 기동 방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아군의 주력을 철수시키고, 끌어들인 적을 고착시킨 후 허리를 자르는 ‘손등 타격’은

대전 후기 독일 방어 전술의 핵심이 되고 있었다.


전략적 효과

중부 러시아 전선의 주도권이 일시적으로 독일군에게 넘어갔다.

독일은 북부와 중부에서 얻은 시간을 남부, 발칸 전선에서 활용하기로 하였다.


2) 소련군


스몰렌스크 종심 확보

오르샤와 모길료프의 확보는 드루트 강 방어선을 형성하였으며,

이는 전략거점 스몰렌스크의 방어 종심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공세의 좌절

민스크에 대한 공세는 발칸 방면 공세 실패 이후 보조 축선으로 설계되었다.

자원이 집중된 축선은 아니었지만 민스크는 커녕, 보리소프에서 저지된 공세는 실망을 가져왔다.


전력 소모

보조 축선 보브루이스크에서 저지된 제2 벨라루스 전선군은 차치하더라도,

주공 축선 민스크-보리소프-오르샤 축선에서 나아간 제1 벨라루스 전선군의 전력 소모는 심각했다.

전선군은 이후 스몰렌스크로 이동, 장기간 재편성에 들어가야 했다.


5. 총평


소련군은 드루트강–베레지나강 일대에서 대규모 도하로 교두보를 확보하려 했으나,

독일 중부집단군의 포병 집중 사격과 기갑 반격으로 교두보가 절단되었다.

이는 교범적인 교두보 절단이었고, 결과적으로 소련군은 공병·보급 장비 손실로 재공세 능력을 잃고,

독일군은 전술적 방어 성공과 전선 안정화에 성공했다.

전술적 승리는 독일, 전략적 균형은 유지된 채로 전선은 일시적 교착 상태에 들어갔다.


에필로그 : 업무가 다시 시작되다.


티어가르텐의 푸른 나무와 전쟁의 피로 속 베를린, OKH 청사.


한 달 뒤, 만슈타인은 군직에 복귀하였다.

육군 최고사령관(OBdH).

전 육군 최고사령관 겸직, 아돌프 히틀러에 의해 해임된 그가 돌아온 자리였다.

그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작전권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삼가 달라는 그의 복귀 조건은 논란이 되었지만,

OKH 참모총장 하인츠 구데리안이 정치권에 대한 군부의 충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일단 무마되었다.


만슈타인은 OKH 청사의 사령관실에 입장했다.

주인 없이 방치된 방이지만 먼지 한 톨 쌓여있지 않았다.


책상에 앉은 그의 눈에 방의 전 주인이 쓰던 물건들이 보였다.


직접 지시(Direktive) 도장.

지도자 명령(Führerbefehl)이 쓰인 공백의 지시 서류.

만슈타인도 서류에서 자주 보아 익숙한 서명용 붉은 연필.

마이센 도자기 잉크병과 몽블랑 만년필.


그는 그것들을 잠시 훑어본 뒤,

만년필과 잉크병은 두고 나머지는 서랍 한편 속에 전부 넣어버렸다.


"여긴 작전실이지, 기념관이나 박물관이 아니다. 내일까지 불필요한 건 모두 정리하라."


그의 업무가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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