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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Aug 31. 2023

그래도 쿠크다스가 맛은 있잖아?

쿠크다스 멘탈로 살아가기

나는 멘탈이 약한 편이다. 주변 사람들이나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좋게 말해 민감하고 예민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냥 스트레스를 엄청 쉽게 받는 성격이다.


  업무처리를 예로 들면, 하던 일이 원래 계획과 달리 변동사항이 생기면 무척 스트레스를 받는다. 거기에 상사가 까탈스럽게 굴기라도 하면 스트레스는 곱절로 늘어난다. 스트레스 처리 용량이 매우 적은 나로서는 이런 상황이 단 한 번만 벌어져도 멘탈이 바스러진다.


  부서진 멘탈을 챙기고, 복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와 같이 약한 멘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마저도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것이다. 멘탈이 박살 나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회복하는 데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대로 회복이 되지도 않았는데 비슷한 일이 한 번 더 벌어지기라도 하면 마음속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통칭해 '쿠크다스 멘탈'이라고 부른다. 먹다 보면 먹은 것보다 부스러진 게 더 많다는 그 과자 자체인 것이다. 뜯기만 해도 부스러지는 쿠크다스라니. 누가 지은 것이지는 모르겠지만 이보다 더 찰떡인 비유도 없다.


  나도 한 때는 쿠크다스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매번 부스러기 투성이인 일상이 너무 힘들었다. 이런 삶이 싫어 잠시 한 때이긴 하지만 우주 최강 멘탈이 되어보겠노라고 애써본 적도 있었다. 어떤 상황에도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 같은 멘탈. 악어가 들이닥쳐 씹어먹어도 깨지지 않을 그런 콘크리트 멘탈로 거듭나고 싶었다.


  그런데 말이 쉽지 멘탈을 바꾸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았다. 타고난 천성을 어찌할 수 없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모를까 이번 생에서는 불가능했다. 노력한다고 한다고 해서 손만 대면 부서지던 쿠크다스가 잘못 씹으면 이가 나간다는 추억의 딱딱이 과자 '논두렁'이 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아무리 애를 써도 나는 여전히 쿠크다스일 뿐이었다.


  결국 나는 강철 멘탈이 되는 것을 포기했다. 그냥 쿠크다스 멘탈로 살아가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쿠크다스면 좀 어떤가? 잘 부서지긴 하지만 여전히 맛있어서 손이 가요 손이 가는 새우깡만큼이나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이지 않은가? 일단 과자는 맛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다. 요새 유행하는 말처럼 기존쎄(기가 겁나 센 사람의 줄임말)로 살아가는 게 뭔가 멘탈도 강해 보이고, 손해도 덜 보는 것 같아 멋져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기존쎄든 쿠크다스 멘탈이든 사람에게 있어 중요한 것 역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맛이 아닐까? 너무 쉽게 부서져도 안 되겠지만 지나치게 딱딱한 마음을 가진 사람 역시 매력적이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더 이상 내 멘탈이 강력해지는 것을 꿈꾸지 않는다. 지금 모습 이대로 쿠크다스로 살아가되, 조금 덜 부서지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 솔직히 논두렁 과자는 추억의 맛으로 먹는 것이지 진짜 맛있어서 먹는 과자는 아니니까. 나 같아도 내 앞에 두 과자가 놓여있다면 쿠크다스를 먼저 집을 것이다.


  쿠크다스 멘탈로 살아가는 삶도 괜찮다. 살다 보면 덜 부서지게 되는 날도 오겠지. 그러고 보니 쿠크다스 과자도 처음 나왔을 때보다 지금 나오는 게 덜 부서지는 것 같지 않나? 나만 그렇게 느낌??







*사진 출처: 이마트몰 "쿠크다스", "논두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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