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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Sep 10. 2023

아샷추는 인생 음료다.

이거슨 폐에 해롭지 않은 담배인가?

뒤늦게 ‘아샷추’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중독되었는지 계속 찾게 된다. 어느 카페를 가든 메뉴판에 아샷추가 있는지부터 먼저 확인한다. 만약 없더라도 혹시나 주문이 가능한지 물어라도 본다. 요즘 내 마음속 일등이자, 인생 음료다.


  ‘아이스티에 샷 추가’를 줄여서 ‘아샷추’라고 부른다. 작년부터인가 SNS에서 유행하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처음에는 ‘아메리카노에 샷 추가’ 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별로 새롭지도 않은데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건가 싶어 관심을 끄고 살았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아샷추’를 만드는 영상을 보았다. 시원한 아이스티에 얼음을 가득 넣고, 마지막에 커피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하니 이름만 들었던 ‘아샷추’가 완성됐다. 그제야 ‘아샷추’의 ‘아’가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아이스티였음을 알게 되었다.


  댓글을 읽어 내려가는데 마셔본 사람들의 평가는 상당히 호불호가 갈렸다. 천국의 맛이라면서 칭송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도대체 이런 걸 왜 먹느냐며 다시는 먹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같은 음료를 마셨음에도 사람들에 따라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아샷추’에 대한 관심이 더욱더 생겨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반드시 마셔봐야겠다는 마음이 들 때쯤, 결정적인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오게 된다. 그는 ‘아샷추’ 맛에 관하여 이 한 단어로 표현하고 있었다.



  "담뱃물!"



  ‘담뱃물’ 맛이라니. 잠시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결국 호기심이 모든 두려움을 몰아냈다. 그래도 사람이 먹는 것인데 설마 그렇기야 하겠어 하는 마음 반, 먹어보고 정 별로면 다음부터는 안 먹으면 된다는 마음 반으로 주문을 해버렸다. 드디어 ‘아샷추’가 내 손에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셔본다. 먼저 아이스티의 달콤함이 쏙 들어왔다. 그리고 목구멍을 넘어가려는 순간, 커피의 쌉싸름한 맛이 툭 치고 들어간다. 응 이게 무슨 맛이지? 처음 맛본 아이스티와 커피의 조합은 기이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맛이었다.


  그래도 못 먹을 정도는 아니어서 두 모금 세 모금 연속해서 마셔 보았다. 이걸 무슨 맛이라고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찰나, 문제의 그 댓글이 떠올랐다. 그렇다. ‘담뱃물’ 맛이었다. 신기하다. 나는 담배를 태워본 적도 담배를 먹어본 적도 없는데 정말 ‘담뱃물’ 맛이라고 느껴졌고 그렇게 믿어지고 있었다.


  그래. 다시는 시킬 일 없으니 좋은 경험 했다 치자고 생각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못 삼킬 정도로 역하지는 않아서 남기지 않고 다 마실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며칠 후, 희한하게 그 맛이 떠올랐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아샷추’가 다시 마시고 싶어진 것이다. 나 뭐지? 이 상황 뭐지? 한 번 먹고 중독되었나? 아니 진짜 담배라도 탔나? 납득불가인 상황 속에서 혼란스러웠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손에 이미 ‘아샷추’가 들려있었다.


  조심스럽게 담배 아니 빨대를 한 모금 쭉 빨아올렸다. 그때 느꼈던 그 맛 그대로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맛이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단맛과 쓴맛이 묘하게 섞인 ‘아샷추’의 맛이 나를 사로잡고 만 것이다. ‘단짠’ 보다 더 무서운 맛이 ‘단쓰’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이스티와 커피가 하나가 되어 달콤 쌉싸름한 새로운 맛으로 탄생했다. 적당히 달고, 적당히 쓴 것이 어쩐지 인생 같기도 하다. ‘아샷추’는 요즘 내 인생 음료다. 아니 인생을 닮은 음료다.







*사진출처: 네이버 검색 "아샷추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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