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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Sep 01. 2023

인생은 외모순이 아니고 모순이다. - 마스크걸 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스크걸: 스포일러 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은 보는 내내 불편했다. 19금 드라마임을 감안하더라도 꽤나 수위가 높았다. 몇몇 장면들은 너무 선정적이고 잔인해서 눈살이 찌푸려지기까지 했다.


  이 드라마는 시종일관 어둡고 침침하다. 중간중간 톤보정 격으로 살짝 웃음코드가 나오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블랙 코미디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까닭은 순전히 주인공 ‘김모미’(이한별, 나나, 고현정 배우)의 서사 때문이었다. 


  그녀가 왜 마스크걸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1화부터 뜸 들이지 않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모미는 춤과 노래, 끼와 몸매까지 모두 타고났지만, 단지 얼굴이 못생겼다는 이유 때문에 자신의 꿈과 동떨어져 살아가야만 했다. 학창 시절에서부터 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 그녀를 따라다닌 것은 외모를 향한 모욕과 차별뿐이었다.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모미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좀처럼 극복하지 못한다. 도리어 계속 커져서 마음에 큰 그림자가 되어버린다. 내면의 어두움은 결국 그녀를 집어삼키기에 이르렀고,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파멸로 이끌게 된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외모 때문에 상처를 받고 피해를 본 그녀 역시 이성을 바라볼 때 외모를 가장 따진다는 모순이었다. 극 중 그녀는 유부남 상사를 짝사랑하는데 그에게서 느끼는 매력은 외적인 요소가 전부였다. 도덕성마저 저버리고 사람을 선택하고 호감을 느끼는 데 있어서 외모를 제일 우선순위에 두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모미가 직장 동료인 ‘주오남’(안재홍 배우)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오남이 모미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계속 주변에 있었지만 정작 모미는 그의 존재조차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심지어 오남이 모미를 대신해 시체 뒤처리까지 도맡게 되지만 끝내 모미는 오남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모미에게 있어서 오남은 외모 순으로 따지면 가장 끝자락에 있을법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둘의 관계는 파멸에 이르게 된다. 모미가 오남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부분은 이 드라마를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오남에게 모미는 살인자까지 되어 가면서 순정을 바친 첫사랑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모미에게 오남은 자신이 의도적으로 직접 죽인 ‘첫 사람’ 일뿐이었다. 이후 모미는 성형을 통해 미인형의 얼굴을 가지게 되어 마스크를 벗고 아름이라는 이름으로 살지만 끝내 ‘살인자 김모미’의 삶은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물론, 주오남은 정상인의 범주에서 한참 벗어난 사람이긴 했다. 오남 역시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가식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스토킹에 가까운 행동과 협박 메일, 심지어 겁탈까지 시도했으니 절대로 쉴드를 쳐줄 수가 없다. 하지만 오남이 모미에게 바랐던 것 역시 모미가 자신이 호감을 가졌던 남자에게서 받길 바랐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부정하기도 힘들다.


  피해자였던 모미가 오남과의 관계에서는 묘하게 가해자의 자리에 서 있게 되는 것을 보면서 인간이 가진 모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모미는 얼굴을 가린 마스크만 벗었을 뿐, 내면을 덮고 있는 마스크는 벗지 못했다. 외모가 아무리 좋아져도 내면이 그대로라면 바뀌는 것은 별로 없다. 이는 모미뿐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실 이 드라마가 보기에 불편했던 것은 단지 선정적인 연출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김모미와 주오남을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들 속에서 나의 민낯이 보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인간은 모두 모순적인 존재다. 끊임없이 내면을 가꾸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덜 모순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결국 인생들의 진짜 문제는 외모에 있지 않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순에 있었음을 드라마 '마스크걸'이 말해주고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뉴스 검색 "마스크걸" (한국일보), 구글 이미지 검색 "주오남 아이시떼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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