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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Sep 27. 2023

우리의 힘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가? - 무빙 리뷰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무빙: 스포일러 리뷰, 100일 글쓰기 22번째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이 20부작의 대장정을 끝내고 좋은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무빙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은퇴한 초능력자들이 대부분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치킨집, 돈가스집, 동네 슈퍼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국정원 비밀요원이라는 화려한 과거에 비하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초능력자들이 자영업자로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은퇴는 하였으나 국정원으로부터 늘 감시를 받고 있던 그들이었다. 대로변에 위치한 그럴싸한 대형 프랜차이즈점이 아니라 동네의 후미진 곳에서 작은 가게를 하는 것이 최선이었을지 모른다.


  물론, 신분을 숨기기 위해서만 그리 산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생계의 문제는 과거 국정원 요원이든, 초능력자든 공평하게 그들 앞에 작용했다. 사실 나는 이 부분이 할리우드의 엄청난 자본이 투입된 히어로물들과 차별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짠내 나는 생계형 히어로라는 점은 큰 공감 포인트였다.


  극 안에서 그들은 전투를 치를 때만 제외하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장사하기에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인물도 있었다. 실종된 가족을 그리워하고, 자식을 뒷바라지하는 데 여념이 없으며, 음식이나 물건을 팔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이웃의 모습이다.


  그들이 무엇을 위해 싸웠는가를 되짚어보면 더욱 그러하다. 국가를 위해 양성된 그들이었고, 심지어 자녀들 역시 그렇게 길러지고 있었지만 마지막에 초능력자들은 오로지 하나만을 위해서 싸운다. 하나뿐인 가족 또는 가족처럼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서 싸워냈다.


  이 부분은 남한의 초능력자들 뿐 아니라, 북한의 초능력자(괴력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임무 수행을 위해서 남한에 침투해 내려온 그들도 종국에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게 된다. 실제로 남한과 북한의 초능력자들 모두 지키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 싸우려 할 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드라마 무빙에서는 초능력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능력이 무엇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지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자신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서 능력을 사용하고자 한 자들의 끝은 파멸이었다. 주어진 힘은 소중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사용할 때에만 모두를 살리는 진정한 초능력으로 온전히 발휘되었다.


  현실에서 초능력은 존재하지 않지만 모두가 저마다의 능력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것이 어떠한 능력이든 누구를 위해 얼마나 초월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초능력이 아닐까.


  진정한 힘의 근원은 오직 마음에 있다. 중요한 건 힘의 크기가 아니라 방향성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능력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우리의 힘이 올바른 곳으로 무빙(Moving)하고 있다면 우리 역시 그들처럼 초능력자인 것이다.




*사진출처: 구글검색 "무빙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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