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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Sep 22. 2023

핫스팟으로 플러팅을?

100일의 글쓰기 - 17번째

난 네게 반했어. 너 때문에 나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단 하나의 문장으로 나의 마음을 훔친 매력적인 당신이란 사람.


  늦더위가 심하던 어느 날의 오후, 동네 카페에 들렀다.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받아 들고 빈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 인터넷을 연결하려고 와이파이 창을 켰다.


  순간 나는 마시던 커피를 뿜고 말았다. 와이파이 창 위에 있는 개인용 핫스팟* 이름 때문이었다.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제 스타일이세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휴대폰 핫스팟 이름을 저렇게 적어 놓은 것이었다. 빵 터져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킥킥대며 웃었다. 어쩌면 저렇게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 귀엽기까지 했다.


  나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와이파이 창을 여는 많은 사람들이 저 핫스팟 이름을 보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도 나처럼 유쾌하게 웃고 있겠지. 아니면 누군가는 예상치 못한 작업 멘트에 심장을 어택 당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가는 카페는 노트북으로 작업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모두가 얼굴을 노트북에 파묻고 집중하느라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를 빼면 적막할 정도로 조용하다. 자칫 황량해질 수 있는 카페 분위기가 잘 지은 이름 하나로 화기애애해지고 있다.


  작업에만 열중하고 있는 카페에서 그 사람은 또 다른 작업도 하고 있었다. 그래, 젊음의 때에 다들 일에만 파묻히지 말고, 진짜 해야 할 작업도 좀 하고 살아야지. 자신의 핫스팟 이름으로 “제 스타일이세요.”라고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당하고 멋지게 연애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나도 오늘 반해버렸다. 당신의 이름도, 성별도 모르지만 웃음을 주는 그대가 참 매력적이다. 이런 게 바로 플러팅*인가?

 



*핫스팟 : 와이파이가 없을 때 휴대폰에 연결해 데이터를 나눠 쓰는 기능

*플러팅 :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현하고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되는 비언어적인 표현이나 말의 조합






*사진출처: Photo by Austin Distel on Unsplash, 천세곡의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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