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글쓰기 - 25번째
그래도 추석이니 달은 봐야지
달볼겸 산책겸 밖으로 나가본다.
그래 추석이니 얼굴은 봐야지
너와 나, 이때 아니면 언제 보겠니.
너의 얼굴 제일 잘 볼 수 있게
고르고 골라 가장 좋은 곳으로 걷고 또 걷는다.
이만 한 곳 없지 멈추어 쳐다보지만
눈치 없는 구름이 노상 네 얼굴 가리고 있다.
얼굴 못 보고 소원 빌면 무효라고 할 것 같아
괜히 이것저것 찍으며 기다려 보다가
산책 나온 강아지 나 보고 놀라 주인 뒤로 숨을 때
나도 놀라 뒷걸음질 쳐보다가
저짝 가면 보일까 이짝 가면 보일까
보름달이다 외치는 아이 소리 놀라 바라보니
바로, 여기 환한 얼굴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여기 여기 떴지.
마주하고 소원 빌어 깊어가는 밤
잠깐이지만
얼굴 보니 좋구나.
추석이 좋긴 좋네.
그러니까, 얼굴 보니 참 좋다.
*사진출처: 천세곡 사진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