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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Oct 14. 2023

마음은 어디에??

100일의 글쓰기 - 39번째

나를 상담해 주고 있는 정신과 의사는 사람의 마음은 가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 있다고 말했다. 마음은 뇌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처방하는 약물들이 유의미한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분의 말이 맞다면, 다시 말해 마음은 머리에 있는 것이 진짜라면, 우리는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깜짝 놀랐을 때 절대로 가슴을 쓸어내리면 안 되는 것이다. 머리를 쓸어내려야 한다. 


  또한, 안 좋은 일이 생겨 마음이 아프다면 곧 머리도 아플 예정이니 두통약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기분 좋은 일이 생겨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 같다면 사실은 뇌가 부풀어 오르고 있을지도 모르니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말도 조심하자. 머리가 큰 사람을 놀릴 때는 마음이 큰 사람이라고 놀려야 한다. 어떤 일이 잘 안 풀린 때 '내 마음대로 잘 안 되네'라고 말하지 말고 '내 머리대로 잘 안 되네'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 보자. 글쓰기는 어떠한가? 우리는 보통 마음을 다해 글을 쓴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 역시 머리를 다해서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그렇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머리를 쓰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든 몇 자 더 채워볼까? 억지로라도 웃겨볼까? 머리를 쥐어짜 내고 있다. 머릿속에 있는 마음을 짜내고 있다.


  그뿐일까?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나 그림을 그리는 것 모두 사실은 머리를 쓰는 것이면서 마음을 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날카로운 이성과 따뜻한 감성은 별개가 아닌 하나인 것이다.


  머리에 마음이 있고, 마음은 머리에 존재하는 것이 맞았다. 가슴이 아니, 머리가 웅장해진다. 의사 선생님의 말 한마디를 이렇게 까지 곱씹고 있는 나를 보니 치료가 금방 될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역시 나는 마음 좋은 사람이었다.





*사진출처: Photo by Milad Fakuri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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