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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Nov 03. 2023

백초크를 배워야 하는 이유

100일의 글쓰기 - 58번째

며칠 전, 저녁을 먹고 동네 편의점에 가기 위해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빌라의 중앙 현관문 앞 계단을 내려가려는 순간 우리 둘 다 몸이 굳고 말았다.


  짙은 갈색의 커다란 불독 한 마리가 우리 앞에 서있었다. 산책을 나온 건가? 하지만 목줄도 견주도 보이지 않았다. 녀석은 검은 두 눈동자를 크게 뜨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3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였다. 짧은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을 마주 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뉴스에서 본 것 같은데 너무 당황해서 뒤죽박죽 섞여버렸다. 한 마디로 뇌정지가 와버렸다.


  잘못하면 물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본다.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고 천천히 뒷걸음쳐 올라갔다. 아내가 현관 비번을 침착하게 눌렀고, 동시에 내가 문을 연 뒤 재빨리 공동현관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잠긴 문 뒤에서 기다리다 녀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 후 다시 외출할 수 있었다. 아내가 말하기를 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는 개라고 했다. 한 블록 아래 빌라의 어떤 할머니가 키우는 개인데 종종 저렇게 목줄도 없이 밖에 내놓는 모양이었다. 


  요즘같이 개물림 사고가 잦은 때에 목줄을 하지 않고 개를 풀어놓다니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동시에 만약 아까 그 상황에서 개가 우리를 공격해 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상상을 해보았다. 있어서는 안 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관련 영상들을 찾아보았다. 몇몇 뉴스나 동물 관련 프로그램에서 다룬 것이 있는데 대체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최대한 개를 자극하지 말아야 하며 개가 공격해 온다면 물건을 던져서 그것을 쫓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물렸을 때였다. 물린 부위를 빼내겠다고 움직이면 더 세게 물기 때문에 크게 다칠 수 있다. 통증을 참으면서 개가 알아서 놓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최선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게 말이 쉽지 어느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당장에 통증도 통증이지만, 멘탈적으로 버틸 수 없지 않을까.


  그러다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다. 아직은 구독자가 그렇게 많지 않은 유튜버의 영상인데 흥미로운 주장을 하고 있었다. 개물림 사고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백초크라는 것이다. 백초크란 주짓수 등 종합 격투기에서 사용하는 기술로 뒤에서 목을 조르는 기술을 말한다.


  이 유튜버는 해당 영상에서 여러 사례들을 보여준다. 정말 무지막지하게 크고 사나운 개들이 초크 기술로 제압되고 있었다. 생각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댓글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유익하다면서 공감했다. 나 역시도 목숨이 달린 위급한 상황에서는 최후의 방법으로 백초크를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전문가의 더 정확한 검증이 필요해 보이기는 했다. 백초크를 걸기 위해서는 해당 개가 하나의 대상만 공격을 하고 있어야 한다든가 여러 마리의 개가 아니어야 한다든가 몇 가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에게 직접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방법인 만큼 개에게도 기술을 거는 사람에게도 무척 위험해 보였다.


  밀림이나 정글도 아니고 도시 한복판에 살면서 짐승에게 물릴까 봐 이런 걱정을 해야 한다니 씁쓸해진다. 개물림 사고가 나지 않도록 예방함이 최선일 것이다. 자신이 키우고 있는 개들을 소중히 여기며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해야 하지만, 이웃과 함께 할 때는 단호함의 시선으로 볼 줄도 알아야 한다. 


  외출 시 목줄을 잊지 않는 것과 대형견이라면 견주 혼자 목줄만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목줄이나 입마개가 개를 답답하게 구속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나와 이웃을 지켜줄 구원의 아이템임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사진출처: Photo by Gold BJJ on Unsplash



https://youtu.be/HU1vVkKryIM?si=L32RocvcPfHC53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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