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글쓰기 - 41번째
집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털이 날리는 것을 무척 싫어하고, 나 이외의 다른 생명체를 거둔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당연히 키워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
고양이는 아예 관심이 없는 편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들이 푹 빠져 있는 ‘묘’한 매력을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이는 내가 자라났던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내가 살던 곳은 서울에서도 변두리 지역의 주택가였다. 부유한 동네는 아니었기에 고양이를 키우는 집이 흔하지 않았다. 고양이라고는 담벼락 위를 다니는 도둑고양이뿐이었다.
깜깜한 밤에 눈에 불을 켜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던 도둑고양이들. 그 당시 어린 내가 보기에도 고양이는 길들여지지 않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나마 고양이보다는 개가 더 친근했다.
동네 골목에는 돌아다니는 개들이 꽤 많았다. 고양이들이 ‘도둑’이라는 애칭을 얻게 된, 몰래 다니는 느낌이었다면 개들은 위풍당당할 정도로 온 동네를 활보하고 다녔다. 심지어 목줄도 없이 골목길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개들이 흔했던 시절이었다.
고양이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엄연히 주인이 있는 개였다는 점이다. 목줄 없이 다닌다고 유기견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집안에서 기르기보다는 마당에 개집을 두고 따로 키우는 집이 많았다. 낮이 되면 자유롭게 풀어두어 대문 밖으로 나와 동네를 휘젓고 다니다가 저녁때가 되면 모두 제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녀석들은 이곳저곳에 큰 거, 작은 거 가리지 않고 갈기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비위생적이지만, 당시엔 그저 당연하고 익숙한 동네 풍경의 한 부분이었다. 친구들과 놀고 있으면 개들이 우리 근처에 와서 꼬리를 헬리콥터처럼 돌리기도 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 줘서 강아지들이 뛰어놓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동물들의 새끼 때 모습은 모두 귀엽지만, 유독 잡종견 강아지들이 미치도록 귀엽다. 처진 눈과 귀, 어딘지 모르게 억울한 얼굴 표정은 애완동물을 전혀 키울 생각이 없던 내 심장조차 녹이고 있다.
아마 어린 시절 동네 어귀에서 함께 뛰어놀았던 강아지들이 떠올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 기억력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때 강아지들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안 그래도 귀여운 강아지인데 추억까지 어우러지니 귀여움이 치사량이었다.
이제 도시에서는 귀여운 똥강아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순수 혈통의 강아지들은 많지만, 어린 시절 흔히 보았던 그 강아지들은 거의 없다. 아쉽게도 이제는 추억 속 아니면 유튜브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시 외곽이나 시골에서는 여전히 추억의 강아지들이 살고 있는 모양이다. 이름도 마치 어느 외국에서 유래한 것 마냥 그럴싸하게 ‘시고르자브종’이라고 불린다. 잡종견, 믹스견 보다 훨씬 낫다. 나름의 한 종으로 존중해 주는 느낌이 들어서 더 좋다.
요즘 ‘시고르자브종’ 영상에 푹 빠져 제대로 덕(dog)질 중이다. 수많은 강아지들 중 나에게 일등은 ‘시고르자브종’이다. 계속되는 심장 어택에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우리 강아지 키워볼까?”
*사진출처: Photo by Bundo Kim on Unsplash
https://youtu.be/bNkjgqRG5fo?si=Ehp3Prw3LiyDsfY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