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본 유튜브 - 유튜버 '무대위에서'
거리 위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이 있다. 보통 공연이라고 하면 무대라고 할 수 있는 특정 구역 안에서 이뤄지는데 그의 공연에는 무대가 보이지 않는다. 그저 가방 하나 들고 홀로 길 위를 이리저리 다닐 뿐이다. 그가 만들어 내는 자유롭고 따스한 분위기는 흡사 외국의 어느 거리에 와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해 준다.
'거리 예술 퍼포먼스'라는 자막 뒤로 카메라는 대학로의 한 거리를 비춘다. 오래된 유럽영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포스트맨 복장을 한 사내가 경쾌한 배경음악과 함께 등장한다. 그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공연임을 알아채고 몰려든 사람들에게 다가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유쾌한 상황들을 연출해 낸다.
그의 퍼포먼스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이를테면,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남성의 뒤를 걸음걸이를 흉내 내며 쫓아가거나 어르신의 지팡이를 건네받아 이마 위에 올려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지나가는 여성에게 꽃가루를 뿌려주기도 하고, 어린아이들에게는 막대사탕을 줄듯 말 듯 살짝 약을 올리기도 한다.
갑자기 다가와 이러한 행동들을 하니 사람들은 당황스러워 하지만 이내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가 가방 속에서 꺼내는 갖가지 소품들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의 행동에 맞게 재생되는 효과음들은 상황극의 재미를 더해 준다. 화면에 나오지 않아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촬영과 음향 효과를 담당하는 스태프가 한두 명 정도 따라다니는 것 같다. 연출된 상황임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안심하고 더 즐거워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의 공연에 협조적인 것은 아니다. 그의 익살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무표정하게 지나쳐 가거나, 살짝 불쾌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포스트맨은 이마저도 공연의 한 부분으로 승화시켜 낸다. 재빨리 사과를 하거나 시무룩한 표정을 지음으로써 능청스럽게 상황을 넘긴다.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런 사람들은 극히 일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따뜻한 미소로 화답하면서 그가 걸어오는 장난에 기꺼이 넘어가준다.
사람들이 참여하든, 거절하든 모든 것이 어우러져 하나의 공연으로 완성된다. 원맨쇼 같지만, 사실 그의 공연은 함께 만들어가는 퍼포먼스이고 관객들과의 호흡으로 이루어진다. 거리 위의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주는 만큼 공연이 주는 재미와 완성도가 올라간다. 영상 속 포스트맨의 공연을 보다 보면 그의 우스꽝스러운 행동도 행동이지만, 함께 장단을 맞춰주는 관객들의 모습 덕분에 입꼬리도 더 올라간다.
영상들이 업로드된 시기를 보니, 포스트맨의 거리 퍼포먼스는 코로나가 한창일 때 시작한 듯하다. 전염병이 주는 공포 때문에 사람이 제일 무서웠던 시절, 작은 접촉조차 꺼려지고 마스크 뒤에 얼굴이 가려져 서로의 표정조차 볼 수 없었던 시기에 거리로 나선 것이다. 사람들에게 다가가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해 주려고 거리 위에서 광대를 자처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연 영상들을 보고 있다. 그가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퍼포먼스를 보고 있노라면 계속 미소 짓게 된다. 보는 이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배달해 주는 그는 진정한 '포스트맨'임이 분명하다. 공연을 위한 무대가 따로 없어도 괜찮다. 그로 인해 주어지는 자유로움은 '거리 예술'의 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포스트맨은 항상 물구나무서기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공연에 함께 참여해 주고, 재미있게 관람해 준 사람들을 향해 감사를 표하는 마지막 인사일 것이다. 몸을 뒤집어 양손으로 땅을 힘껏 짚어 내는 행위는 그의 손이 닿는 곳은 모두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싸인 같다.
모든 곳이 그의 무대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거리 위를 거니는 사람들이 사실은 각자의 무대 위를 걷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함께 어우러져 호흡을 맞춰가며 만들어가는 우리 모두의 일상이 행복한 퍼포먼스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을 담았기에 그의 유튜브 채널명이 ‘거리 위에서’가 아닌 ‘무대 위에서’이지 않을까.
*사진출처: 유튜브 채널 "무대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