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하루 종일 비가 멈추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다. 그나마 영향을 덜 받는 서울도 이 정도인데 직접 영향을 받게 될 남쪽 지역은 큰 피해가 예상된다. 가급적 피해가 최소화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번 태풍 힌남노는 참으로 특이하다. 탄생에서 성장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보아온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돌연변이와 같다. 한 마디로 모든 면에서 전혀 자연스럽지가 않다.
힌남노는 이렇게까지 몸집이 큰 녀석이 아니었다. 그런데 다른 태풍을 잡아먹더니 우량아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보통 북위 30도를 넘어서면 태풍의 세력이 약해지는 법이라던데 오히려 높은 해수 온도로부터 에너지를 빨아들이더니 벌크업 하기 시작했다. 발육까지 남다른 놈인 것이다.
이렇게까지 기이한 모습으로 강력하게 발달해서 한반도에 다가온 태풍은 없었다. 기상청 예보관조차 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기이한 만큼 위력도 무시무시해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태풍의 진로에 많은 국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지난번 폭우도, 이번 힌남노도 모두 기상 이변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태풍도 장마도 원래 있던 것인데 자연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으니 이변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온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연이 우리 예측대로 움직이기를 거부하기로 결심한 것 마냥 계속 이변을 보이고 있다.
지구가 아프다는 말보다는 지구가 화났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잘못된 발걸음을 멈추기 위해서 지구가 주는 마지막 경고인 것이다. 그동안 인간이 정복자 마냥 자연을 다스려 왔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자연은 한 번도 우리에게 지배당한 적이 없었다. 그냥 참아왔을 뿐이다.
인공위성과 탐사선을 쏘아 올려 지구 넘어 우주를 바라보는 시대이다. 하지만 화산 폭발이나 지진,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 앞에서는 여전히 무력한 인류일 뿐이다. 문명 이전의 원시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런 현상들이 더 이상 이변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변이 계속되면 그것은 이변이 아닌 항상 있는 일상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지금의 현상들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자연으로부터 우리의 목숨을 지켜내는 데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연이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은 지금, 우리들의 모든 것들을 돌아봐야 한다. 이제껏 해온 것처럼 문명의 발전에만 비중을 둔다면 인류의 몰락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다가오고 말 것이다.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인류에게만 미래가 있다. 자연을 다시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