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때문이 아닌, 사람 덕분에

퇴사자를 보내며

by 천세곡

일이 힘들어서 직장을 관두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 사람이 힘들어서 직장을 관두게 된다. 내가 일하고 있는 직장도 그렇다.


동료 한 명이 사직서를 냈다. 오랫동안 고민한 것을 잘 알기에 말릴 수가 없었다. 다른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그도 사람 때문에 관두는 것이었다.


최근 들어 우리 부서에는 관두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누군가 관두게 되면 사무실 분위기가 뒤숭숭해진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러한 분위기가 어색하기만 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일하는 곳은 오래 일하는 사람이 많았다. 다른 회사에 비해 처우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성실히 자기 할 일만 잘하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매년 비슷한 업무가 반복되기 때문에 해가 지날수록 일도 수월해진다.


물론, 그 시절에도 관두는 사람은 종종 있었다. 그들은 안정적인 삶을 벗어나 자신의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퇴사를 결정한 사람들이었다. 지금처럼 ‘잘 관두는 곳’이기보다는 ‘잘 되어서’ 혹은 ‘잘 되려고’ 관두는 곳이었다.


그랬던 이곳에 매우 고집 세고 권위적인 상사가 새롭게 오면서,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그는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불필요한 일들을 계속 만들어 내곤 했다. 거기에 소통능력까지 부족해서 그와 일하는 직원들은 하나같이 스트레스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 상사와의 마찰을 피할 수 없게 된 직원들이 하나둘씩 관두기 시작했다. 그렇게까지 사람 때문에 힘든 곳은 아니었는데 그가 온 뒤로, 일보다 사람이 훨씬 더 힘든 곳이 되어버렸다. 오늘 관두는 직원도 그 상사로 인해 나가게 된 여러 퇴사자 중 한 명이다.


마지막 인사를 하는 그의 얼굴에 동료들을 향한 아쉬움이 내비친다. 우리 또한 그러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람이야 새로 뽑으면 되겠지만, 우리가 때 되면 갈아 끼우는 부품처럼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사람 때문에 떠난 그가 다른 곳에서는 사람 때문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새롭게 가게 될 그곳은 ‘사람 때문에’ 떠나는 곳이 아니라, ‘사람 덕분에’ 견딜만한 곳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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