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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Dec 14. 2023

자고 일어나니 차가 박살 나 있었다.

100일의 글쓰기 - 99번째

우르르릉 쾅!


  천둥소리가 들려온다. 비 소식은 없었는데? 천둥의 신 토르라도 온 것인가?


  코로나 후유증인지, 우울증 약 때문인지, 둘 다인지 알 수 없지만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느라 잠을 설친 나. 세상이 떠내려갈 것 같은 굉음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아직 점심때가 되려면 멀었다. 말도 안 돼. 벌써 일어날 수는 없다.


  우르르릉 쾅쾅쾅!


  삐익삐익삐익~~~


  또다시 천둥소리가 들렸고 연이어 알 수 없는 경보음이 들려왔다. 아 누가 자동차 문을 잘못 연 게 분명하다. 빨리 좀 끄지. 투덜대며 잠을 청하려는데 이번에는 내 전화도 덩달아 운다.


  “여, 여보세요.”


  “천세곡씨! 빨리 나와봐야겠어. 차 사고 났어!”


  누군데 나를 알지? 눈 비비며 액정화면에 뜬 이름을 보니 집주인이었다.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 그럼 이 소리들이??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뛰쳐나갔다. 나보다 한걸음 앞서 나간 아내가 나를 향해 손짓하더니 마음의 준비를 하란다. 심호흡을 하고 바라본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


  내 차가 앞뒤 모두 박살 난 채로 옆 건물 주차자리까지 밀려나가 있다. 우리 빌라 1층에 사는 분의 차도 본넷의 절반이 삭제된 채로 벽에 붙어있었다. 이미 경찰들도 와 있었고, 사고 당사자와 구경꾼까지 합쳐져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1톤 트럭이 빌라에 주차된 차 두 대를 들이받은 것이었다. 트럭 기사님은 거의 울상이 되어 경찰의 질문에 답하고 계셨다. 멈추려고 했지만 브레이크가 갑자기 말을 듣지 않았다고 했다.


  하필 내차를 박는 순간 우체국 오토바이도 그 앞에 지나고 있어서 집배원 아저씨가 살짝 넘어지시긴 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으셨다. 그 아저씨 왈 내 차 아니었음 자기는 죽었을 거라고 했다. 주차된 내 차가 트럭을 막아줘서 자기는 목숨을 건졌다면서.


  인명사고가 없어서 천만다행이다. 대신 보험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내차는 폐차해야 한단다. 퇴사하고 나니 별의 별일이 다 생기고 있다. 멀쩡히 주차되어 있던 차가 사망하다니. 하룻밤 사이에 내차가 있었는데 없어졌다.


  차는 꼭 필요해서 사긴 해야 하는데…. 이렇게 내 퇴직금이 증발하는구나. 이런 젠장, 퇴사하고 코로나로 열받는데 차까지 박살 나다니! 백수인데 차를 사야 한다니!!


  불과 20여 일 전에 깨끗하게 스팀 세차를 해준 것이 마지막 염을 해준 것이 될 줄은, 달빛 아래에서 멋진 자태를 빛내는 나의 애마를 찍어서 올린 사진이 마지막 영정사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진출처: 천세곡의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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