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아이들(이하 서태지)의 노래 ‘시대유감’을 에스파가 리메이크하여 발표했다. 며칠 전부터 관련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졌지만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다. 다른 노래도 아니고 서태지의 노래라니.
에스파를 무시해서가 아니다. 한국의 대중음악은 서태지의 등장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인기와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서태지는 ‘문화’ 자체였기 때문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서태지의 노래를 다른 누군가 부른다는 것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발표된 음원을 들으며 나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벌써 꽤 많이 반복해서 듣고 있는데 멈출 수가 없다. 내친김에 서태지의 원곡도 함께 듣는 중이다. 원곡은 원곡대로, 리메이크 곡은 리메이크대로 닮은 듯 다른 매력이 조화롭게 다가왔다.
작업자와 가수 모두 무척이나 고민을 많이 했겠구나 싶었다. 원곡의 느낌을 어느 정도 그대로 가져가면서 그 위에 에스파만의 색상을 잘 입혔다. 서태지의 팬과 에스파 팬들 모두 사랑할 수밖에 없는 노래가 나왔다.
지난 세대와 젊은 세대가 함께 공명할 수 있는 노래여서 더 좋다.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듣고 한 번에 따라 부른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당연하게도 오늘 에스파의 시대유감은 듣자마자 따라 부를 수 있었다. 내가 느낀 반가움을 나와 같은 세대라면 모두 느꼈을 것이다.
나는 에스파가 서태지의 많은 노래 중에서 시대유감을 불러준 것이 무척 고마웠다. 조심스럽게 예측하건대, 이 노래는 분명 큰 히트를 칠 것이다. 음악적인 완성도는 논외로 하더라도 가사 내용 때문에 그렇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꼭 들어야만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서태지는 90년 대 말, 저항의 아이콘이자 신세대를 대표하던 문화 대통령이었다. 그가 수많은 노래를 통해 전했던 메시지는 오늘을 사는 우리가 들어도 거리감이 없다. 분명 지금의 MZ세대들의 마음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인기 정상의 아이돌 그룹이 불렀기 때문이 아니라, 노래에 담긴 시대를 바라보는 정신 때문이다.
MZ세대는 이전의 그 어느 세대들보다도 기득권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식이 투철하다. 시대에 유감이 많은 그들이라서 이 노래는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놀랄지도 모른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대의 어두운 면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이 노래야 말로 시대의 필요에 의해서 리메이크된 것이 아닌가 싶다. 필요와 부름 앞에서 인기 절정의 아이돌 가수를 통해 현시대를 향한 유감을 가감 없이 외치고 있다. 기득권의 가식과 부패에 몸살을 앓고 있고, 서로 편을 나눠 싸우기에 바쁘며, 화합보다는 혐오만을 부추기고 있는 우리 사회를 향해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https://youtu.be/xjBY3MLdvVQ?si=NdKLhYpziR4VIepd
*사진출처: 서태지 시대유감 뮤직비디오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