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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Jan 15. 2024

긴장과 느슨함 사이

100일의 글쓰기 도전을 마친 지 딱 한 달이 지났다. 사실 이렇게까지 시간이 흐른 줄은 몰랐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때 썼던 글들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뒤져보다 알게 된 것이다.


  확실히 100일의 글쓰기 이후 내가 올리는 글의 숫자는 현저하게 줄었다. 숫자뿐일까. 글의 농도도 많이 옅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제 겨우 한 달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막상 도전하는 당시에는 매일 한 편씩 써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퀄리티를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다. 하루하루 써내기에 바빴고, 어느 정도의 분량이 채워지면 맞춤법 정도만 대충 확인하고 올리기 일쑤였다. 그러니 객관적으로 그때 썼던 글들이라고 해서 지금보다 나을 것은 별로 없다.


  한 달 전의 글과 요즘 쓰는 글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절박함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때는 무조건 뭐라도 써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있었다. 나의 하루는 꼭 글쓰기로 수렴되어야만 한다는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나쁘지만은 않은 강박이었다. 말이 도전이지 글쓰기 훈련에 가까웠던 터라 쓰는 날들이 쌓여갈수록 용기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써낼 자신은 없지만, 뭐라도 써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조금씩 붙었던 것 같다. 어제 썼으니 오늘 쓸 수 있을 것 같고, 오늘 쓰면 내일도 쓰지 않겠는가 하는 막연한 기대감들이 나를 단단히 붙잡아 주었다.


  덕분에 온 신경과 세포는 글 한편 쓰기 위해 곤두서 있었다. 운 좋게 글감이나 재밌는 문장이라도 떠오르면 지체 없이 메모장 앱을 켜서 적어두곤 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리뷰를 쓰려고 볼 정도였으니 내가 생각해도 하루하루를 글쓰기에 집중하고 살았던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뜨거웠던 그때의 마음이 식어버리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100번째 글을 쓰고 난 뒤, 바로 이어서 101번째 글을 쓰지 않으니까 그 열정은 바로 휘발되어 버렸다. 글쓰기를 향한 절박함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데는 말 그대로 딱 하루면 충분했다.


  문득, 그때의 글들이 생각나 다시 찾아본다. 고작 한 달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아련하게 다가왔다. 마치 어린 시절 신나게 뛰어놀았지만 지금은 텅 비어 버린 놀이터에 다시 온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그때의 감각들이 조금씩은 되살아나 주기를 바란다. 언제까지 챌린지 하듯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적당한 긴장감과 느슨함 사이 어딘가에 내 마음이 머물러 있었으면 좋겠다. 그거면 충분할 것 같다. 글을 쓰는 과정은 정직해서 마음을 쏟는 만큼 고스란히 담길 테니 말이다.





*사진출처: Photo by Önder Örte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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