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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Feb 11. 2024

우리가 원하는 리더

당신의 적극성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리더란 무리를 통솔해서 달성해야 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자이다. 그 과정에서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고, 그것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된다. 권한과 책임이야 말로 리더에게 있어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클린스만 감독과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최고의 스쿼드를 보유하고도 아시안컵 4강에서 한국이 탈락하자 여론의 비난이 거센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국민들의 분노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동의하듯, 이번 아시안 컵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남달랐다. 역대급 선수진들로 구성된 이번 대표팀이 반드시 우승컵을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했고, 원인은 선수들 보다는 리더에게 있었다. 


  이미 언론에서 두 사람에 대해 숱하게 지적하고 있다. 나 역시 클린스만 감독과 그를 선임한 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현재까지 이들이 보여준 태도는 리더로서는 절대 갖추지 말아야 할 모습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나는 ‘적극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싶다. 애초에 정몽규 회장은 벤투 감독에 이어 차기 대표팀 감독을 선정함에 있어서 독단적으로 클린스만을 선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축구협회 내부의 검증 시스템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뛰어넘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적극적이지 말아야 할 부분에 있어서 적극성을 발휘한 것이다. 이를 가리켜 우리는 권력 남용이라고 말한다. 협회의 수장으로서 검증 시스템이 잘 작동하도록 독려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야 말로 그가 보였어야 할 적극성이었다.


  클린스만은 이와 반대의 이유로 비판받는다. 그는 너무나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전술에서도 선수 선발과 관리에 있어서도 그리고 승부에 있어서도 말이다. 웃는 상이라고 애써 포장해 주고 있긴 하지만, 졸전 끝에 패배한 4강전 이후 여론은 이제 기회만 된다면 웃는 얼굴에 침도 뱉을 형국이다.


  무엇보다도 클린스만 감독은 적극적으로 민심을 읽어냈어야 했다. 외국인 감독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임기 내의 시간만큼은 이 나라의 팬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거액을 주고 자신을 데려온 것에 대한 보답을 결과로 증명하지는 못한다면 성장해 가는 과정이라도 적극적으로 보여주었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할 것에 적극적인 리더와 해야 할 것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리더. 이 둘의 대환장 콜라보가 지금의 사태를 야기했다. 그러고 보면 이것은 비단 한국 축구계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닌 듯하다. 가깝게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더 나아가 정치나 경제 등 각 분야의 리더십들이 종종 보여주는 행태이기도 하다.


  클린스만과 정 회장을 향한 사퇴요구는 그동안 자격 없는 리더, 권위주의에 기댄 리더십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실망이 얼마나 컸는지를 나타내 주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이 했던 대사처럼, 인간은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 주기만을 바라는 수동적인 존재가 결코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리더는 아주 명확하고 단순하다. 적극적이어야 할 때 적극적이고, 소극적이어야 할 때 소극적인 사람. 그런 사람이 나를, 그리고 우리를 이끌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아시안컵 4강 탈락의 아픔은 이것을 우리에게 새겨주기 위해서 일어났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진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클린스만 요르단" (헤럴드경제), "거스 히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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