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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Aug 30. 2024

바라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서울 열대야가 드디어 끝났다. 제법 서늘한 여름밤이다. 아주 선선하다고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이 정도만 해도 어디냐 싶다.


  한낮의 온도는 여전히 30도 초반대를 찍고 있다. 지난주에 비해 평균 2~3도 정도는 내려간 셈이다. 솔직히 이 정도의 차이가 뭔 차이가 있을까 싶었는데, 피부로 와닿는 열기가 지난 주와는 확연히 달라서 낯설다. 


  밤은 물론이고, 낮에도 견딜 만한 더위가 되었다. 열대야 때문에 에어컨을 틀지 않고는 잠을 통 이루지 못했는데 선풍기 바람에도 잘만하다. 한낮의 외출 역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숨이 막힐 정도였지만, 그늘로 잘 피해 걸으면 가까운 곳은 걸어가도 괜찮아졌다.


  이제야 처서 매직이 일어난 것일까? 아니면 일본을 덮고 있는 태풍의 간접적 영향 때문일까? 더위가 한풀 꺾인 이유가 궁금했는데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니 그 비밀이 풀리는 듯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낮아진 습도 덕분이다. 바람은 여전히 열기를 품고 있지만, 결이 조금 달라졌다. 이러다 아가미가 생기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눅눅했던 바람이 바삭하게 피부를 스친다.


  그렇다고 한들 바로 가을이 달려오지는 않을 것이다. 역대급으로 길고 더운 여름이었던 만큼, 남기고 갈 여운 역시 우리 곁에 더 오래 남게 될 테니. 그래도 한여름 말고, 여름과 가을 사이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반가운 하루다.


  여름이 유독 힘든 이유는 습해서다. 온도보다 습도가 견디기 더 어렵다. 습하고 더운 날들이 계속되면 건강한 사람도 지치기 마련이다. 무더운 날씨는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흐물흐물 처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습하지 않은 바람을 맞으니 좋다. 날이 더해갈수록 건조하고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의 양도 조금씩 늘어나겠지. 조금만 더 버티면 가을의 문턱이다. 끈끈한 살결과 무겁게 젖어 있던 마음결이 불어오는 바람결에 보송보송해지고 있다.




*사진출처: Photo by Vasilios Muselimi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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