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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시간을 줄여야 더 오래 쓸 수 있다.

by 천세곡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데 퇴고 포함 짧게는 1시간 반, 길게는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평균 2시간 안쪽으로 글을 써낸다. 스스로 아직도 글쓰기 초보 단계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정도면 지금 수준에서는 무난하지 않나 싶다.


스스로를 위한 위로일 뿐, 지금이 만족스럽다는 뜻은 아니다. 점진적으로 시간을 더 줄여가는 게 목표다. 서너 문장으로 이뤄진 문단 열개 정도 쓴다고 가정할 때, 한 시간 이내로 완성하는 게 최종 목표이다. 잘 쓰고 싶은 욕심도 크지만 빨리 쓰고 싶은 마음이 더욱 크다.


정성 들여 시간과 생각을 쏟아낼수록 더 나은 글이 될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쓴 글들을 기준으로 보면, 좋은 글과 쓰는 시간이 꼭 비례하는 건 아니었다. 굳이 하나하나 분석하고 따지고 들면야 오랜 시간을 들인 글이 더 결과물이 좋은 경우가 많기야 할 테지만,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지는 않았다.


이런 경험은 글쓰기를 이어 갈수록 더 분명해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오마이 뉴스에 기고한 글들을 살펴보니 더 확실해진다. 기사로 채택이 된 글들 중에는 의외로 가볍게 툭툭 써낸 글들이 더 좋은 기사로 선정되는 경우들이 더러 있었다.


이를테면, 나에게 처음으로 기사 채택의 영광을 안겨준 건 '집을 가질 수 없으니 가꾸기라도 해야겠다.'라는 글이었다. 작년 이케아에서 첫 쇼핑을 하고 나서 큰 시간 들이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썼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 가본 이케아에서 물건 사는 경험을 통해 집을 꾸미는 일에 관심이 생기게 된 새로운 나를 발견한 건 덤이다.


필자처럼,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비슷한 고민들을 가지고 있을 듯하다. 더구나 일상에서 각자에 맡겨진 역할들을 감당해야 한다면 더 그럴 것이다. 글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쓰기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한정적이다.


그렇다고 대충 써서 글의 퀄리티를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찌 되었든 이곳에 기고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나의 글이 기사화되어 더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함이니까. 양질의 글을 써내되, 쓰는 시간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해가 필요하다.


글쓰기에도 요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최대한 괜찮은 글을,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해 써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일필휘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점차 속도가 붙어 지금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더 시간을 단축했으면 좋겠다.


먼저 글감을 효율적으로 찾는 게 우선일 듯하다. 무얼 쓸지 고민하는 시간부터 줄어야 글 쓰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테니까. 항상 감각을 깨워 두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 친구와의 통화 속 대화,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각종 영상들까지. 이전과 달리 더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매일 글을 쓰는 걸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글감’을 찾는 것만큼 ‘글의 감’을 유지하는 것 역시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오직 쓰는 행위를 통해서만 연습할 수 있으며 또한 향상될 수 있다고 믿는다.


최근 약 2주 정도 약간의 슬럼프를 겪었다. 노트북 화면 속 깜빡이는 커서를 보며 멍을 때리는 날들이 늘어났다. 글감을 찾는 것에서부터 한 편의 글로 써내는 일까지 부쩍 부담스럽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이 글은 제일 먼저 나를 위해 쓰는 것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쓰는 시간을 줄이고 싶은 이유는 단순히 글쓰기의 난이도를 낮추기 위함만은 아니다. 어떠한 일상을 살게 되더라도 쓰는 것을 포기하고 싶어서다. 마라톤을 뛰는 사람처럼 더 오래오래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시간은 줄이되 지속 가능한 글쓰기를 해내는 그런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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