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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요가에 명상을 더해 보자.

by 천세곡

벌써 2월이다. 올해 1월은 유독 더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작년 12월 3일 내란 사태로 인한 혼란이 연말과 연초의 분위기를 앗아간 탓에 더욱 그럴 테다. 게다가 이번 구정 연휴도 예년보다 무척 길어서 1월 마지막 주는 아예 삭제된 느낌마저 든다.


어쩌면 윤대통령이 일으킨 그 사건만 아니었다면 작년과 비교해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워낙 빠르게 지나가 버린 지난 한 달을 뭐 하고 보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게 된다. 아마도 짧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우울한 1월이 아니었나 싶다. 이 정도로 어둡게 새해를 맞이해 본 적이 없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큰 탓이다. 무얼 해도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안 그래도 매년 이 맘 때는 후회와 일종의 죄책감 같은 것들이 몰려드는 시기다. 야심 차게 세웠던 새해 계획들은 언제나 며칠 지나지 않아 무너지곤 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찬가지. 운동, 독서, 글쓰기 등 나의 단골 계획들이 해변가의 모래성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는 중이다.


새해의 1월을 그렇게 보내고 나서 맞이하는 2월은 자연스럽게 반성모드가 된다. 지난달에는 아내와의 갈등까지 유독 많았다. 아내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부쩍 심해진 탓이다. 우울증이 있는 나에게 그런 아내의 마음을 세심하게 돌볼 에너지가 충분할리 없으니 다툼을 피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아내와 나, 둘 모두는 사회적인 어두운 분위기에도 둘러 쌓여 있다. 12.3 내란 사태라는 대형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둘의 감정선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게 분명하다. 국가적으로도 그렇지만, 사실상 우리 집안마저 내란 상태였던 게다.


덕분에 이번 2월의 첫날은 더 많은 후회 속에 보내야 했다. 딱히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 어려운 일들이 대부분이기는 하다. 다만 현재 아내의 상태를 조금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에 아쉬움이 크다. 아내가 참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음을, 나 못지않게 예민해져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이번 달은 최대한 아내와의 관계 회복에 집중해야 할 듯싶다. 일단 우리 부부 사이에 발생한 작은 내전들부터 종식시켜야 한다. 다툰 뒤, 화해는 했기에 일단락되었지만 작은 불씨가 남아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야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며칠 안에 갈등은 또 반복될 게 뻔하다. 그래서 올해 내가 세운 계획을 조금 수정하려 한다. 매일 30분 이상 요가가 목표였는데 거기에 명상 시간을 보태려 한다. 요가와 명상을 합쳐 40~50분 정도 해볼 생각이다.


가뜩이나 제일 못 지키는 계획이 운동인데 시간마저 늘어났다. 지키지 못할 확률은 이제 곱절로 올라갈 게 뻔하다. 나를 설득하기 위해 늘어난 시간에 대한 부담을 요가의 강도를 낮추는 것으로 나 자신과 합의 봤다. 비교적 난이도가 높지 않은 요가 영상들을 찾아봐야겠다.


요가는 몸을 명상은 마음을 살피고 돌볼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모델 같은 몸매나 성인 수준의 마음가짐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균형을 잃지 않는 나의 몸과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요가와 명상 두 가지를 함께 하면 더욱 시너지가 날 것이라 기대해 본다.


나 말고 타인도 조금 더 살필 수 있는 정도의 힘 정도면 충분하다. 날마다 몸은 단단해지고 마음은 든든해 지기를. 누군가 말하기를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하지 않았는가. 아내와 다시 갈등이 생기더라도 내전으로 치닫지 않고 헤아릴 수 있는 여유와 다정함이 나에게 생기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Photo by Sam Bhattacharyy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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