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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와 박보검이 가요 무대에 섰다.

by 천세곡

지난 3월 10일 방송된 KBS 가요무대. 첫 무대를 장식하기 위해 교복을 입은 두 남녀가 서있다. 바로 박보검과 아이유였다. 둘은 얼굴만 화면에 비춰줘도 행복한데 미친 음색으로 멋지게 듀엣곡을 불러주었다. 눈과 귀가 너무 호강해 정신을 잃을 뻔했다.


뮤직뱅크도 아니고, 가요무대에서 두 사람의 무대를 보게 될 줄이야. 이들이 부른 노래는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다. 1992년에 발표된 가수 ‘예민’의 2집 타이틀 곡으로 당시 직접 작곡, 작사, 노래까지 했었다.


이 노래는 서정적인 가사와 차분한 멜로디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이다. 가사 하나하나를 잘 들여다보면 순수한 사랑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느낌을 준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 실제 모티브를 가져온 건 아니고 옌민 가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쓴 곡이란다.


사실, 이번 무대는 특별한 이벤트인 듯하다. 지난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주연이 바로 박보검과 아이유다. 둘은 드라마 속에서 입었던 복장인 교복차림으로 무대에 섰다. 완벽한 관식과 애순이로 함께 무대에 오른 것이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이제 겨우 총 16회 중 4회까지 공개되었음에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 TV쇼 부문 국가별 순위에서는 12개국에서 1위를, 전 세계 부문에서는 6위에 랭크되어 있다.


지난 7일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4회분 씩 4주 동안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주 4회분은 1막으로 이해하면 된단다. 마치 우리네 계절처럼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상징하는 총 4개의 막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지난주 봄에 해당하는 1막 공개 후, 가요 무대에서 주연 배우 둘이 함께 노래를 불러주었으니 타이밍도 기가 막히다.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다들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 노래는 해당 드라마와 분위기는 물론 정서까지 너무나도 찰떡으로 닮아있다는 것을.


솔직히 한동안 KBS 방송을 거의 보지 않았다. 더구나 가요 무대를 봤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 아이유와 박보검이 나왔다는 말에 참을 수 없었다. 이번 무대만큼은 칭찬해주고 싶다. 기획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단순히 드라마 광고를 위해 한 것이라 할지라도 팬으로서 큰 감동을 받았다. 그만큼 1막을 관통하는 마치 주제곡과도 같기에 상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다.


아이유가 첫 소절을 부를 때 이미 소름이 돋는다. 그녀의 노래 실력이야 더 말하면 입 아프고, 배우 박보검 역시 얼굴뿐 아니라 노래도 잘생긴 배우라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극 중 어색함이라고는 1도 없이 자연스러운 연기 케미를 보여준 둘이었던 만큼 듀엣 무대 역시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유튜브에서 둘의 무대를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냥 보아도 아름다운 듀엣이지만 가급적 드라마를 보고 노래를 감상하기를 권한다. 공개된 4회까지 드라마를 보고 나면 이 둘의 무대가 얼마나 깜짝 놀랄만한 선물과도 같은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가요무대 공연은 정말이지 신의 한 수였다. 1992년도에 발표된 노래인만큼 기성세대들도 충분히 감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드라마는 시대적 배경이 1960년대부터 시작이 되는데 젊은 세대가 보기에도 거부감이 별로 들지 않는다. 오랜만에 시청한 음악 프로그램인 가요무대. 모든 세대가 둘러앉아 함께 보기에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무대였다.


드라마는 남녀의 사랑뿐만 아니라 가족과 이웃 나아가 당시 시대상을 담아내는 연출이 일품이다. 이번 주 금요일에는 2막 여름에 해당하는 4회분이 공개된다. 인생의 4계절을 극에 녹여내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특히 갈등과 혐오로 가득 찬 지금 시대에 희귀해져 버린 인간다움의 가치를 담아내는 드라마와 노래로 우리의 마음에 깊은 치유와 울림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다만 시급한 건, 아이유와 박보검이 함께 부른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의 음원 출시다. 가요 무대에서 부른 그대로 출시해 주어도 좋으니 제발 음원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공식 OST에도 아직 들어있지 않던데 수록해 주길 또한 간절히 바란다.


더불어 원곡자 예민 님이 부르신 버전도 무척 좋으니 기회가 된다면 함께 들어보시길. 이번 기회에 해당 노래가 역주행했으면 한다. 명곡은 시대를 아울러 그 가치를 인정받기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했던 것처럼 한주 한 막이 끝날 때마다 계속 관식이와 애순이의 듀엣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큰 욕심인걸 알지만, 그만큼 좋기에 기대학 된다.


계절마다 드라마 스토리와 관련된 명곡을 선정해 둘이 함께 무대에 몇 번 더 서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뜩이나 삭막하기 짝이 없는 지금의 일상을 살아낼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공개될 드라마만큼이나 둘의 추가적인 듀엣 무대도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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