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리뷰] tvn '폭군의 셰프' 중간 스포일러 리뷰
드라마 ‘폭군의 셰프’는 아는 맛 투성이다. 주인공이 과거로 가게 되는 전형적인 타임 슬립물인데, 직업은 제목 그대로 셰프다. 대중에게 셰프라는 직업은 이미 식상해진 지 오래다. 숱한 예능을 통해 유명 셰프들의 이미지는 충분히 소비되었고, 요리 경연 프로그램들도 볼 만큼 보아왔다.
너무 뻔한 조합인데 장르마저 사극이다. 현대의 주인공이 과거로 회귀했으니 정통 사극이 될 리 없다. 역사 고증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남녀 두 주인공의 로맨스까지 더해졌다. 노력하지 않아도 줄거리가 술술 예상되는 상황. 이런 이유들로 ‘폭군의 셰프’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전혀 볼 생각이 없었다.
모순적이게도 요즘 내가 제일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가 이 작품이다. 진짜 기대 1도 없이 딱 1화만 보고, 별로면 꺼야지 했었다. 그런데 쉬지 않고 공개된 8화까지 정주행 했다. 아는 맛이 이래서 무섭구나, 새삼 느끼는 중이다.
드라마는 주인공 연지영(임윤아 배우)이 프랑스 요리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라는 명성을 얻은 그녀는 아버지의 부탁으로 ‘망운록’이라는 고서를 가지고 귀국길에 오른다. 비행기 안에서 예상치 못한 신비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연 셰프는 순식간에 조선 시대로 타임슬립한다.
조선 시대 중에서도 하필 폭군으로 유명했던 연희군 때다. 그 시대 사람들의 눈에는 갑자기 요상한 복장으로 하늘에 떨어진 그녀가 ‘귀녀’로 보일 뿐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연희군을 만나 자신의 요리 실력으로 그를 감동시키고, 그때부터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연희군이라는 왕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 드라마를 위해 각색된 인물이다. 하지만 역사에 아주 관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연산군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극 중 연희군에 대한 묘사와 스토리 흐름 역시 연산군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굳이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은 점은 결과적으로 꽤 영리한 선택 같다. 역사 왜곡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뿐만 아니라, 내용 전개에 있어서 선택권도 훨씬 넓어지니 말이다. 덕분에 조선 시대로 온 연지영의 무한 활약을 마음껏 볼 수 있다.
회차마다 붙은 부제가 요리명인 것도 흥미롭다. 연지영은 자신이 살던 원래 시간대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 한편, 눈앞에 벌어지는 위기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이 과정에서 배우 임윤아의 통통 튀고 발랄한 매력이 폭발한다. 너무나 잘 어울리는 캐스팅. 솔직히 이 드라마는 연 셰프 역을 맡은 임윤아 배우가 하드캐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지영은 연희군에게 발탁되어 궁중 요리사 대령숙수 자리에 오른다. 매번 새롭고 기발한 요리로 연희군은 물론 조정 대신, 더 나아가 명나라 사신단의 입맛까지 사로잡는다. 시청자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진정한 퓨전 요리의 향연으로 가득 찬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침이 고인다.
연지영 숙수의 음식을 맛본 인물들이 감동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는데, 이게 또 별미다. 배우들의 오버스러운 표정, 덧입혀진 CG 효과까지. B급 감성을 제대로 자아낸다. 분명 유치한 연출인데, 계속 웃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연 숙수는 연희군의 입맛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그녀가 만든 맛있는 음식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연희군의 내면 허기도 채워낸다. 연 숙수를 향한 연희군의 호감은 단순한 이성적 감정만은 아닌 듯하다. 통치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도 함께 맛보고 있는 중이다.
현재 명나라 화부들과 본격 요리 경연을 펼치고 있는데, 쫄깃한 전개와 함께 시청률도 수직 상승했다. 최근 방영된 8화가 전국 가구 평균 시청률 15.4%를 기록했다. 지상파를 포함한 동시간대 1위다. 연지영 셰프의 요리가 조정뿐만 아니라 안방까지 점령했다.
총 12부작으로 앞으로 4회가 남았다. 조선과 명나라 양국의 명운이 걸린 요리 대결의 결과가 무척 궁금하다. 더불어 연희군과 연지영의 로맨스는 어떻게 될까. 조선 시대로 간 소녀시대 윤아의 맛있는 로맨스 퓨전 사극,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아는 맛이라 더 맛있는 이 드라마가 ‘성군의 셰프’로 피날레를 장식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출처: tvn '폭군의 셰프'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