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에서

꽃피는 봄을 기다리며

by 천세곡

벌써 4월 말이 되었으니 완연한 봄이다. 봄이 온 것 같기는 한데 어째 날씨는 오락가락이다. 어제는 여름처럼 더워 에어컨을 틀었는데, 오늘은 제법 쌀쌀해 넣어두었던 겉옷을 다시 꺼내 입어야 했다.


들쑥날쑥한 날씨에 봄을 제대로 만끽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봄 바닥의 근본이야!' 외치던 벚꽃도 눈 깜짝할 새 자취를 감춰버렸다. 갑자기 확 오른 기온에 너도나도 피어나더니 비 한번 세차게 내리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벚꽃은 엔딩을 맞이했다.


너무 짧게 왔다 가버린 벚꽃 때문인지, 봄이 왔는데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라 기다려왔는데, 이렇게 맞이하는 봄은 어색하기만 하다. 내가 기다려온 계절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일상도 봄이 왔다고들 말한다. 방역조치가 거의 다 해제되면서 동네 구석구석 활기가 느껴진다. 긴 겨울 속에 있었던 사람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나 보다. 이제 곧 실외에서 마스크까지 벗을 수 있다고 하니 정말 완연한 봄이다.


어떤 사람들은 들뜬 표정으로 예전처럼 돌아가게 되어 너무 좋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걱정이 된다. 마스크를 서랍 한켠에 모셔두자마자 다시 꺼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2년 넘게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쉽게 풀리지를 않아 그런 것 같다. 봄의 한 복판에 서 있지만, 이미 오랜 겨울에 더 적응해버린 탓인지도 모르겠다.


주변에는 아직도 코로나 때문에 힘든 사람이 꽤 많다. 하루아침에 방침 좀 바뀐다고 해서 겨우내 얼었던 그들의 사정까지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말 어렵게 찾아온 봄인데도, 마음껏 누리기가 쉽지 않은 이유이다.


'누구의 봄'이 아닌 '모두의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봄을 영원히 가질 수는 없겠지만, 긴 시간을 돌아 제자리에 온 만큼 충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주기를 바란다. 이 봄이 기다리던 그 봄이길. 모두가 오래오래 웃음꽃을 피워내는 계절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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