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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세곡 May 10. 2022

대혼돈의 '호불호'스인 닥터 스트레인지 리뷰

<디즈니 마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포 없는 리뷰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포일러 없는 리뷰-


샘 레이미 감독의 닥터 스트레인지2 대혼돈의 멀티버스 (이하 닥스2)는 아마도 역대 마블 영화 중 가장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나는 매우 극호였다.


  보통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나 악역, 아니하다 못해 조연이 각인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아니 끝나고 나서도 온통 샘 레이미 감독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한 마디로, 샘 레이미(이하 샘형)가 샘 레이미 한 영화였다. 


  그의 전작들을 본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고, 설사 전혀 샘형에 대해 모른다고 해도 이형이 어떤 형인지 확실하게 알게 해주는 영화이다. 한 마디로 마블의 탈만 썼지 샘 형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닥스2는 마블 최초 호러 장르를 표방한다. 그만큼 기존 마블 영화들과 결이 다르다. 바로, 이 부분이 첫 번째 호불호 포인트가 될 것이다. 장면의 연출은 예상보다 훨씬 더 고어해서, 이게 12세라고?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좀비물에 지쳐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레트로 한 공포 분위기는 꽤나 반가웠다. 다만, 이 부분 역시 어떤 관객에게는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샘형의 전작은 물론이거니와 그와 상관없는 다른 영화들도 꽤 떠오른다. 


  어떤 유튜버는 리뷰에서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떠오른다고 했는데 이 부분은 나 역시 크게 공감하는 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전투씬에서 반지의 제왕 3편 왕의 귀환이 떠오르기도 했다.


  물 만난 물고기 샘 형의 천재적인 연출(물론, 불호라고 느끼는 분들은 정반대로 생각하겠지만)이 하드 캐리 해서 그렇지, 다른 요소들이 별로였다는 뜻은 아니다. 스토리는 질질 끄는 거 없이 어찌나 순식간에 잘 전개되던지. 2시간 6분이라는 마블 치고는 다소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알차게 담아냈다.


  연기는 특히 완다 역의 엘리자베스 올슨이 돋보였다. 배네딕트 컴버배치도 연기에 있어서 '찢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긴 하지만, 완다 언니는 그냥 영화 내내 찢은데 또 찢고, 안 찢은데 골라 찢고 뭐 그렇게 다닌다고 보면 된다. 



  완다가 이렇게 찢고 다니다 보니, 닥터 스트레인지의 속편이라가 보다 완다 비전의 속편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 부분이 두 번째 호불호 포인트이다. 이제 마블의 영화는 캐릭터 단독의 영화라 할지라도, 다른 마블의 영화나 TV시리즈를 보지 않고서는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존 마블 단독 영화들은 그 자체로 즐길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닥스2는 다르다. 최소 '완다 비전'(디즈니 플러스) 정도는 꼭 보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토리 이해는커녕 주인공들보다 먼저 혼돈의 멀티버스에 빠지게 되고 말 것이다. 


  문제는 비단 닥스2 뿐 아니라, 앞으로 개봉하게 될 마블의 영화들 거의 대부분이 이런 양상을 띄게 될 것이라는 데 있다. 각각의 캐릭터가 영화의 경계를 뛰어넘으며 얽히고설켜서 활약하는 것이 큰 재미를 주는 요소였지만 동시에 높은 진입장벽이 되어버렸다. 이 양날의 검을 마블이 앞으로 어떻게 휘두르게 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샘형 + 닥스2 조합이 워낙에 극호였기 때문에 우려보다는 기대가 더 된다. 앞으로 마블이 보여줄 행보에 더욱 믿음이 생겼다. 이렇게만 만들어 준다면, 마블이 어떤 종류의 영화를 만들어 낼지라도 '모든 장르의 너를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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