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리 시네마틱 유니버스) 범죄도시 2 스포 없는 리뷰
영화 베테랑에서 배우 마동석은 자칭 아트박스 사장으로 악당 조태오 앞에 나선다. 주연이 아닌 카메오 출연이기에 둘의 대결은 무산되었지만, 사람들은 내심 마동석이 조태오를 뚜까 패주길 바랐던 모양인지 잠깐 지나가는 장면이었음에도 큰 화제를 모았었다.
아트박스 사장님이 악당과 싸운다면 어떻게 될까? 모두의 상상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 바로 5년 전 개봉했던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이다. 마동석이 최강 파워 형사 ‘마석도’를, 윤계상이 잔혹한 악역 ‘장첸’을 맡아 미친 연기를 보여주며 큰 인기를 끌었었다.
범죄도시의 후속 편이 제작된다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컸었다. 그도 그럴 것이 후속편의 '적'은 바로 전편이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전편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 아래서 만들어진다.
범죄도시 2는 전형적인 액션 오락영화이다. 어차피 캐릭터는 악역 빼고는 전편의 인물들이 거의 그대로 나오기에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 관건은 스토리 구성인데 이마저도 크게 변화를 줄 여지가 없어 보였다. 이대로라면 식상한 속편이 될 확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우려가 큰 것은 당연했다.
더구나 청불이었던 전편과 다르게 15세 관람등급으로 개봉한다고 하니 우려는 더욱 커졌다. 내용상 직접적인 묘사가 많을 수밖에 없고 악당 캐릭터들이 얼마나 잔혹한지 어느 정도는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수위 조절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뻔한 스토리에다가 관람등급까지 내려가니 여러모로 감독과 연출진들이 고심했을 듯싶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나 역시 기대보다는 우려 속에 '범죄도시 2'를 보러 갔다. 영화가 시작되고 몇 분 지났을까. 내 모든 우려들은 동석이 형의 보디샷 한방에 깨끗이 날아가 버렸다.
범죄도시 2는 재미있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본편보다 나은 속편까지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한 선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편의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악당 캐릭터와 배경만 바뀌었을 뿐 기승전결이 거의 동일하다. 스토리 구성을 크게 바꾸는 모험을 하지 않고 안정적인 방법을 택한 것 같다.
대신 같은 구조로 인해 식상해질 수 있는 부분을 코믹 요소로 채워 넣었다. 웃음 코드를 전편보다 더 많이 배치함으로써 커버해 낸다. 물론 전편에도 웃긴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배합비율이 크게 다르다. 전편이 액션과 코믹의 비율이 8:2 정도라 한다면, 이번 작품은 그 비율이 5:5 정도여서 액션반, 코믹반이었다.
이 배합 비율은 이번 영화에 꼭 맞는 황금비율이었다. 액션 장면이 나오지 않는 장면들에서는 어김없이 웃긴 장면들이 연출되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게다가 웃음 포인트들은 억지스럽거나 과하지 않았고 스토리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덕분에 전과 비슷한 구성임에도 적절한 차별성을 느끼게 해 주어 식상할 것이라는 우려를 종식시켜 주었다.
주인공 마석도 뿐 아니라 등장하는 다른 형사들의 케미도 좋았다. 분량의 차이는 있지만 다들 한몫씩 해내어 캐릭터의 소모 없이 '경찰 VS 범죄자'의 구도를 더 명확하게 드러내 준다. 웃음뿐 아니라, 장르적으로 더 진화된 모습이다.
또 하나 우려했던 지점인 관람 연령 등급이 내려간 부분도 영리하게 극복해 낸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직접적인 묘사의 한계점을 '소리'로 커버해 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액션신에서 기존 영화들에서 들려오던 타격음 보다 한층 더 찰지고 강조된 소리로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흡사 할리우드 영화 속 슈퍼히어로가 악당을 뚜까 팰 때 나는 소리랑 거의 똑같았다. 동석이 형이 마블 찍고 오더니, 더 파워업을 한 것인지 영화 이터널스 속 길가메시가 때리는 것인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소리 덕분인지 악당이 맞을 때 너무 아파 보이기 때문에 청불이었던 전편보다 수위가 낮아졌다는 체감은커녕 몇몇 장면에서는 오히려 더 잔인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쉬운 점은 악역이었다. 1편의 장첸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인지 이번 빌런 강해상은 캐릭터적으로 기대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물론, 이것도 전편과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고, 단독으로 이 영화로만 봤을 때 강해상은 충분히 매력적인 빌런 캐릭터였다. 차갑고, 무자비하며, 때로는 매너도 요구하는 입체적인 악당 역할을 손석구 배우가 매우 훌륭하게 소화해 낸다. 마침 손석구 배우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도 행운의 신호로 보인다.
더불어 악당 조연들도 아쉬웠다. 경찰 쪽 배역들의 비중이 잘 분배된 것과는 달리 악당 쪽에서는 강해상에게만 집중된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악당 조연들이 전편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았던 진선규, 김성규 두 배우만큼의 활약을 해주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 시원한 사이다 액션과 빵빵 터지는 코믹을 좋아한다면 매우 추천하는 영화이다. 범죄도시 1의 내용을 알면 조금 더 크게 웃을 수 있긴 하겠지만 꼭 보지 않아도 영화를 즐기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영화 범죄도시는 프랜차이즈 시리즈로 계속 후속 편이 나올 예정이다. 8편까지 기획되어 있으며, 6월 중 3편 촬영에 들어간다고 한다. 8편까지라는 말에 놀라기는 했지만, 일단 이번 후속 편이 잘 나와서 3편은 우려보다는 기대를 가지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버금가는 '마블리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되어줄 범죄도시 시리즈의 건승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