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마블> 토르: 러브 앤 썬더 스포 있는 리뷰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본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 찬사에 가까운 후기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후기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척 고민이 되었다. 그렇다 이 영화 좀 별로였다.
영화를 볼 때, 특히 후속 편이라면 어느 정도 그 영화에 대한 이미지를 가진 채 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곧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관객들이 재미있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철저히 그 기대감을 충족해 주었느냐에 달려있다.
안타깝게도 '토르 러브 앤 썬더'는 그 기대감에 한참 못 미치는 영화였다. 오랜 시간 마블의 팬으로 살아온 내가 보기에도 이번에는 쉴드 칠 수 없을 만큼 불호에 가까웠다. 내가 기대했던 토르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대에 못 미친 첫 번째 이유는 이번 영화 속 토르가 '우리에게 너무 약하고 가벼운 토르'였기 때문이다. 많은 팬들이 토르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바로 '강려크'한 토르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생각처럼 강력한 모습이 별로 없었다. 러브 앤 썬더라고 하면 토르가 천둥의 신에서 번개의 신 정도로 각성할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강함이란 피지컬적인 강함만을 뜻하지 않는다. 계속 그의 영화를 보아온 팬이라면 다 알듯 토르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성장하게 되면서 정신적으로도 계속 강해지는 과정에 있어왔다. 이는 그동안 토르라는 영화가 개그적인 요소를 많이 담고 있음에도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던 이유이기도 했는데, 이번 영화에서 토르는 너무 가볍다 못해 우스꽝스럽게 묘사되어 거의 영화 중반까지 그냥 개그캐일 뿐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토르 보다 멋진 고르' 때문이었다. 이 영화에서 건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가 크리스찬 베일 형이 하드캐리한 빌런 고르 캐릭터이다. 한마디로 고르가 살린 영화였다. 그런데 고르가 빌런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서사를 지나치게 많이 부여한 나머지 '토르 러브 앤 썬더'인지 '고르 러브 앤 썬더'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토르에 비해 무게감 있게 묘사된 고르가 낫다는 것일 뿐, 고르 역시 앞에서 지적한 단점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극 중 신들을 몰살시키는 일명 '신 도살자'로 나오는 악당 캐릭터이지만, 그 명성에 걸맞은 강하고 악한 모습의 묘사가 별로 없었다. 주인공도 약하고, 빌런도 그다지 강한 느낌을 주지 못하니 영화 말미 대결씬 역시 김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전편에서 헬라가 얼마나 매력적인 악역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세 번째 이유는 좀 민감한 문제일 수 있는데 '다양성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디즈니' 때문이다. 신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지나치게 신을 격하하는 묘사가 조금 걸렸지만, 뭐 그 정도야 영화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칠 수 있다. 그런데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 말의 표현이나 용어의 사용에서, 인종·민족·언어·종교·성차별 등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을 나타낼 때 쓰는 말)에 대한 지나친 남용이 이번에는 좀 불편했다.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취지는 그동안 마블 영화에서 끊임없이 볼 수 있었다. 특별히 거부감이 들거나 하지는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스토리와 상관없이 부각되는 PC주의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영화 전개상 굳이 필요한 부분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결국 여러모로 주인공이 주인공으로서 대접받지 못한 영화였다. 그 지점이 바로 이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켜버렸다. 팬들이 기대하는 만큼 주인공에게 공을 들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토르가 주인공인 영화에서 토르가 제일 쎄고, 가장 비중 있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주인공이 빛나야 악역도 빛나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도 빛나는 법이다.
다음 토르의 속편은 부디 영육 간에 더 강해진 토르, 그에 맞설 더 매력적인 악역, 그리고 꼭 필요한 만큼의 메시지가 담겨 재미있는 영화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