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스트 슬램덩크 리뷰
슬램덩크를 만화책으로 본적은 한 번도 없다. 학창 시절 주변에 안 본 친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딱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인 강백호, 서태웅, 채치수 등의 이름은 하도 들어서 알고는 있는 정도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적의 나는 또래보다 체구도 많이 작았고, 타고난 운동신경이라는 게 전혀 없었다. 운동에 소질이 없으니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큰 편이 아니었다. 모래 날리는 운동장에서 농구와 축구를 하긴 했었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하는 어쩔 수 없는 놀이일 뿐이었다.
게다가 나는 만화책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끝까지 다 본 만화책은 드래곤볼이 유일했다. 이렇다 보니 농구 소재의 만화책이 나에게 흥미가 있을 리 없었다. 슬램덩크에 관한 어떠한 추억도 가지고 있지 않은 셈이다.
이렇다 보니 만화 슬램덩크가 새롭게 극장판으로 개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전혀 설레지 않았다. 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슬램덩크를 보는 것은 여전히 내 선택지 밖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을 바꾸게 된 이유는 순전히 관람평 때문이었다.
만화 영화임에도 9점대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들이 꽤 많았다. 그리고 눈물을 흘린 사람들의 대부분이 30대에서 50대의 남성들. 소위 아재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것은 추억의 힘일 것이다. 만화 자체에 대한 추억뿐만 아니라 만화 속 주인공들과 비슷했던 각자의 학창 시절까지 기억나게 해주는 것. 이것이 슬램덩크의 스토리가 가진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램덩크 속 인물들을 보며 누군가는 방황했던 시기를 떠올리기도 하고, 성장했던 경험이 소환되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한 여름의 태양처럼 뜨거웠던 젊음의 날들이 사무치게 그리워졌는지도 모른다. 땀 흘리는 만큼 자라날 수 있었던 바로 그 시절이 말이다.
그 시절이 못내 그리운 이유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지라도 젊음만으로 찬란하게 빛났기 때문이다. 청춘의 날들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진짜 영광의 시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슬램덩크의 이야기가 주는 감동에 이러한 그리움까지 더해지니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이 젖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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