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윅 유니버스> John Wick: CHAPTER4 스포 없는 리뷰
존 윅 시리즈는 죽여주는 영화다. 주인공 존은 말 그대로 성실하게 최대한 많은 적들을 해치워 낸다. 대사도 별로 없다. 한 마디로 말이 필요 없다는 듯이.
이번에 개봉한 존윅 4도 할 말을 잃을 정도로 정말 죽여준다. 대사도 대사지만 보여주는 것에 몰빵 한다. 액션영화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시퀀스를 총망라해 주는 느낌이다. 게다가 전편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더 잘 재현해 내기까지 했다.
3편 때의 비판을 의식했는지 지나치게 동양적이었던 전투 신을 대폭 줄였다. 스토리상 꼭 필요한 부분만 활용했고, 그것마저도 약간의 재치를 가미해 위화감 없이 녹여냈다. 팬들을 열광하게 했던 건푸 신(총과 쿵후의 합성어, 존윅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인 총기 액션을 뜻함)은 더 다채롭게 확장되어 역대급의 액션을 선사한다.
특히나 개인적으로는 후반부 개선문 - 저택- 계단으로 이어지는 액션 신이 압권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선문에서의 카체이싱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건푸를 넘어 카푸(Car fu)를 시전 한다. 저택 전투신은 항공샷과 같은 촬영기법을 통해 마치 게임을 보는 것 같은 착각까지 일으키며 원샷원킬의 향연을 보여준다. 막바지 성당을 향해 오르는 계단 전투 신에서는 고독한 킬러 존 윅의 처절함까지 더해져 관객들까지 숨 고르며 보게 만든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시종일관 펼쳐지는 액션 신에도 불구하고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인물이 누구와 어디에서 싸우는지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의 전투 신이 펼쳐지는데 시리즈 네 번째 속편임을 감안할 때도 기시감이 거의 들지 않을뿐더러 되려 참신하기까지 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지만, 어느 한 명도 비슷하게 죽는 사람은 없다고나 할까? 감독을 비롯한 연출진들이 정말 많은 고민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키아누 리브스의 연기는 말이 필요 없었다. 지난 시리즈에서도 그러했지만 그는 이미 완성된 존 윅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고독한 눈빛과 함께 그저 Yeah~라고 한마디만 해주면, 간지가 좔좔 흘러넘쳤다. 물론, 배우의 나이가 적지 않다 보니 눈에 띄게 액션의 속도가 줄었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적을 물리치고 있으니 그 정도 속도의 저하는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견자단의 연기도 참 좋았다. 극 중 존 윅의 절친이면서 어쩔 수 없이 맞서는 역할로 나오는데 비중이 꽤 크다. 진지함과 유머러스함의 선을 잘 넘나들면서 케인이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소화해 낸다. 동시에 자칫 너무 어두울 수 있는 영화의 톤에 한 템포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도 해준다. 앞을 보지 못하는 배역을 소화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마저도 무리 없이 해낸다.
그 밖에도 존 윅의 주위를 맴돌지만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 수 없었던 미스터 노바디 역의 셰미어 앤더슨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그가 개와 함께 보여주는 액션은 이 시리즈의 시작이 '개'에서 시작된 것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또한, 메인 빌런 그라몽 후작 역의 빌 스카스가드도 더 입체적인 악역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나름 매력적이었다.
존 윅 4는 무엇보다 액션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진일보한 모습까지 보여준 괜찮은 영화였다. 속편은 재미없다는 속설 따위는 헤드샷으로 날려버린다. 배우와 제작진들이 관객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들인 티가 난다.
흠이라면 169분이라는 콜라 뚜껑 닫게 만드는 놀랍도록 긴 러닝타임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는 장점이나 다름없다. 같은 값이면 긴 영화가 최고다. 재미로도 가성비로도 당분간 따라올 영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시리즈를 보고 가면 베스트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면 유튜브에서 요약본을 보고 무방할 듯하다. 기왕이면 무조건 영화관에서 볼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유행하는 포스터 챌린지도 할 수 있을 테니.
*사진출처: IMDB, 구글 검색(존윅4 스틸), 내 사진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