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마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스포 있는 리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 시리즈는 이상적인 영웅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우스꽝스러우면서 어딘가 모르게 다들 좀 모자라 보였기 때문이다. 엄청난 능력치나 신박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더 정이 가고 친근감이 느껴졌다.
가오갤 시리즈의 가장 중심에는 언제나 '가족'이 있었다. 1편이 가족의 시작을 보여주었다면 2편에서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다루었다. 이번에 개봉한 3편 역시 그 가족이 어떻게 성장을 이뤄나가는지 이야기한다.
영화 초반에 로켓은 큰 부상을 당한다. 생명이 위태로운 그를 구하기 위해 가오갤 멤버들이 힘을 합쳐 떠나게 된다. 이번 3편의 흥미로운 점은 그들의 팀명처럼 은하계를 수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죽어가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움직인다는데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로켓의 이야기가 서사의 중심에 위치한다.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로켓의 과거에 대해 말해주는 것에 할애한다. 그가 왜 그렇게 라쿤이라는 말에 예민했는지, 어떻게 무기나 부품을 다루는 데 해박한 지식을 가질 수 있었는지를 알려준다. 이를 통해 영화 속 가오갤 멤버들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까지도 로켓을 한 존재로서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로켓 못지않게 그들의 서사 또한 빠뜨리지 않고 담아낸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처나 극복하지 못한 문제들을 피하지 않고 직면해 나아가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어느 누구 하나 예외 없이 가오갤 멤버 전체가 성장을 이루어낸다.
로켓만큼 인상적이었던 캐릭터는 그루트와 네뷸라였다. 그루트는 2편에서 귀여웠던 베이비의 모습은 사라지고 엄청나게 벌크업 한 몸으로 멋지게 액션신을 소화해 낸다. 가히 최강 화력이라 봐도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찰나였지만 다친 로켓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또한 아이 엠 그루트가 아닌 처음으로 다른 말을 하는 장면은 그가 몸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성장했음을 보여주었다.
네뷸라는 신체 무기가 마치 아이언맨처럼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타노스에게 학대당하며 사이보그로 개조된 탓에 늘 차갑기만 했던 캐릭터였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츤데레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한다.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심장을 가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만 움직여왔던 그녀가 누구보다 앞장서서 희생을 감수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사실 이들의 성장은 함께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시리즈가 계속되는 동안 함께 웃고, 울며, 위기를 극복해 왔다. 때로는 자신의 문제로 힘들어하기도 하고, 티격태격 싸우며 갈등하기도 했었다. 일련의 사건들을 함께 겪어내며 그들은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고, 이해하게 된 것이다.
마치 한 아이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태어나 가족들과 함께 자라나는 것처럼, 이들 역시 서로 의지하며 성장해 가는 가족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영화 말미에 그대로 나타난다. 가오갤 멤버들 각자가 스스로의 길을 떠나기로 하면서 헤어지는 장면은 장성한 아이가 가족의 곁을 떠나 독립하는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었다.
이별을 아쉬워하면서도 서로의 결정을 존중하는 모습. 더 성장하기 위해 내딛는 발걸음을 응원하는 모습은 가오갤 멤버들이 그동안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이 단순히 영웅의 서사만은 아니었음을 알게 해 준다. 가족의 성장과 완성을 보여 주는 이번 가오갤 3편이야말로 특별한 영웅과는 거리가 먼, 가장 평범하고도 완벽한 가족영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진출처: 마블코리아, 웨일 배경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