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먼저냐, 태도가 먼저냐

by 천세곡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라는 말에 매우 동의하는 편이다. 아무리 자신의 기분이 나쁘더라도 그것을 표출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말이 쉽지, 실천은 어렵다.


기분이 많이 상하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기 마련이다. 대놓고 짜증이나 화를 내지는 않더라도 은연중에 티가 나게 되어 있다. 훈련이 잘 되어 있어서 감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상대방은 묘한 기류를 느낄 가능성이 높다.


생각해 보면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아예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를 마주하고 있는 상황만 아니라면 기분이 태도로 변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억지로 참을 필요도, 상대방이 눈치를 챌까 긴장할 필요도 없어진다.


하지만, 문제는 피할 수 없거나 잠시 피했다고 해도 그 시간만으로는 상한 감정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일까. 심리학 관련된 책들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나쁜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라고 하거나, 기분과 태도를 구분하라는 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감정이 상한 사람들, 소위 피해자라고도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와도 같다.


한편으로는 과연 기분이 상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해결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상대방의 좋지 않은 태도로 인해 기분이 언짢게 될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태도'가 '기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


안하무인식의 태도나 무례함은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감정과 기분은 어느 한쪽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양방향을 오가는 왕복 에너지와 같다. 결국 서로가 주고받는 것이기에 양쪽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란처럼, 어느 것이 먼저인지 선후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기분과 태도는 무 자르듯이 딱 잘라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원인이 되기도, 결과가 되기도 한다.


나의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태도도 함께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문제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칡과 등나무처럼 얽혀 이뤄지는 관계라는 속성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Photo by Brock Wegn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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