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기다림이 시작되는 곳

by 천세곡

대학 병원에 다녀왔다. 얼마 전 어머니께서 건강검진을 받으셨는데 간수치가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원래도 다른 과 진료를 받던 병원인데, 이제 들려야 할 과가 한 곳 더 늘어났다.


큰 병원에 갈 때마다 드는 궁금증은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까?’이다. 일단 병원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그렇다. 입구 한참 전부터 줄을 지어 서있는 차들을 보면 참 아픈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병원 안에 들어서면 더욱 그렇다. 수납하는 곳, 환자들이 대기하는 곳, 심지어 로비에 있는 카페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곳이 없다. 이런 큰 병원에서는 어느 과 진료를 보든 최소 2~3시간은 훌쩍이다.


그러고 보니 병원은 온통 기다림으로 가득하다. 의사를 만나기 위해서 기다리거나 검사를 받기 위해서 기다린다.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서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궁극적으로는 다 나았다는 그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는 곳이다.


반면, 웃음은 상실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있는 많은 사람들. 병원 관계자들을 제외한다면 환자이거나 환자의 보호자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병원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가운데 밝게 웃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웃는 법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나도 그랬다. 이 많은 무리들 속에서 초조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어머니께서 의식을 잃고 실려온 것도 아닌데 나 역시 웃지 못하고, 굳어진 표정으로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의사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길고, 긴장되었다.


초음파와 혈액검사 후, 염증 소견이 보인다 해서 어머니께서는 간 조직검사를 받으셨다. 결과를 들으러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한동안 여기에 자주 와야 할 것 같다. 병원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처럼, 어머니도 나도 이제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진료비를 수납하기 위해서 잠시 앉았다. 옆자리에 앉은 중년의 여성이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모으고 있다. 꼼짝하지 않고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종교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이 믿는 신께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 분명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다 같은 마음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우리의 기다림이 길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웃으며 이곳을 나가 당분간 오지 않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 말이다.




*사진출처: Photo by Worsha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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