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이 사는 법을 잊어버린 채 살고 있는 것 같다. 스마트폰으로 거의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은 스마트폰 없이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2주 전 서울시 재난문자가 왔을 때, 나 역시 귀를 찢는 듯한 경보음에 눈을 떴다. 오발송 후 정정 문자가 오기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아직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워야 할지, 출근을 해도 되는 것인지, 만약 진짜 대피해야 한다면 무엇을 챙겨야 할지 등등.
사실, 재난 문자 자체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먹통이 된 네이버였다. 긴급 상황이었던 만큼 인터넷에 들어가 확인해보려고 했는데 접속이 되지 않으니 당황스러웠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눈앞이 깜깜해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은 더 이상 스마트하지 않은 그저 금속 덩어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도 덩달아 먹통이 된 기분마저 들었다. 잠시 연결이 되지 않았을 뿐인데도 느껴지는 답답함과 무력감의 깊이는 꽤 깊었다. 아마도 그 시각,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스마트폰 하나도 이럴진대, 일상 속에 있는 문명의 산물들을 하나하나 다 따져 본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상 이미 우리의 삶은 문명에 종속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없이' 살아갈 수 없다면 노예가 되었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기술 문명을 이룩해 왔다고 자부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문명의 발전은 우리로 많은 것들을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올려준 것도 사실이나 거꾸로 지배당하기 쉽도록 만들어버렸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문명으로 인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혜택들을 모두 부정할 수는 없다. 모두가 산으로 들어가 자연인처럼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결코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명 안에서 살아가지만 그것에 매이지 않는 삶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아주 작은 실천에서부터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를테면 주말에 가족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TV를 잠시 끈다거나 소중한 사람을 만나 차를 마실 때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놓고 가방에 넣어 두는 것 말이다.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있어도 없는 것처럼 살아갈 수는 있다. 기술이 아무리 눈부시게 발전하더라도 그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음을 놓치지 않으면 된다. 그것들 없이도 살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부터 시작해 보자.
*사진출처: Photo by Luke Chesse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