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지구와의 극적인 화해

이상 기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by 천세곡

내리는 장맛비를 보니 '사납다'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먹잇감을 향해 사납게 달려드는 야수처럼 맹렬하다. 빗줄기가 집중될 때는 세상이 다 물로 채워질 것만 같은 두려움까지 든다.


작년 여름 집중호우 때나 태풍 힌남노가 상륙했을 때가 그랬다. 많은 피해와 재산 손실이 났고 심지어 인명 피해까지 있었다. 올해는 '극한 호우'라는 명칭까지 새로 생겨났다.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릴 경우에 더 신속하게 대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장마 기간 동안에도 인명사고가 잇 다르고 있다. 지난 15일, 충북 청주의 오송에서 지하차도 침수사고로 인한 안타까운 사망소식이 들려왔다. 계속해서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는 장마든 태풍이든 여름철 내리는 비를 보고 있으면 걱정부터 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퍼붓는 경우가 많아져 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폭우라는 단어만으로는 다 담기 어려울 만큼 극단적인 양상을 띤다. 물폭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자연의 섭리대로라면 비는 대지를 적셔주고 생명을 자라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것을 물속으로 집어삼키는 맹수처럼 변해버렸다. 비뿐만이 아니다.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온도가 너무 높아서 역대 기록을 언제든지 갈아치울 태세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만 보아도 외신을 통해 접한 세계 곳곳의 기후 재난 소식들이 꽤 많았다. 홍수나 폭염 그리고 산불에 이르기까지. 이상 기후와 자연재해로 인한 어려움은 어느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전 지구적인 문제이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작년에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최고치를 찍었고, 실제로 올해 해수면의 온도가 평년보다 상승했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현상들은 최근에 와서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사실 예전부터 지구는 계속 경고를 보내오고 있었다. 산업화 이후 점차적으로 나타나던 것이 최근 들어 그 빈도와 강도가 증가되었을 뿐이다. 조금 더 서둘러 적극적으로 대처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이유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미래는 어두운 정도가 아니라 그냥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람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극단적으로 사나워진 날씨 앞에서 필요한 건 지구와의 극적인 화해이다. 이미 우리는 생존의 갈림길에 와 있다. 성장을 향한 걸음 대신 공존을 선택하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사진출처: Photo by Chris Gallagh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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