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이 따질 수 있지만, 따지지 않는다. 업무상 수없이 따지고, 또 따지고, 그게 법률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업인 변호사들은 사적으론 웬만해선 잘 따지지 않는 것 같다. UFC 출전하는 선수들이 일상에서 주먹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는 것과 유사하달까.
따지고 그의 오류를 밝혀내는 게 업인 사람에게는, 정말로 의도적인 무던함이 필요하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업무상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면 일상에선 쉬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수인한도가 꽤 넓어지는 것 같다. 즉 의도적으로 무던하려고 하기도, 진짜로 무던해지기도.
따지기를 회피하는 성격을 가졌지만, 동시에 섬세함과 예민한 기질을 타고난 내게 이 직업은 한편으론 축복이다.
기질은 발산해야만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데, 성향상 사적인 일에선 풀지 못해 괴로울 뻔했다. 그럼에도 직업상 발산할 구석이 있어 기질이 충족되는 거다.
오늘은 수수료에 대해 고민했다. 수수료의 재산상 이익 해당 여부, 원금손실 시 할인/면제의 손실보전 해당여부, 기지급한 수수료에 대한 환급의 허용가능성, 일임자산 손실 시 허용 되는 일임보수 수수료 면제 약정을 일임보수 아닌 수수료에 적용 가능성.
자본시장법을 읽고 투자업규정을 읽고 협회규정을 읽고, 유권해석을 찾는다. 직관적으로는 이미 답이 나와있지만, 직관적으로 나오는 답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다. 이는 질의자도 쉽게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능성과 여지를 고려해도, 같은 결론일지 고민해 주는 게 내가 월급 받는 이유다.
저녁 무렵이 되면 머리가 지친다. 뇌가 피곤하다. 뇌와 몸이 피곤하면, 생각이 부정적으로 된다. 몸이 피곤하면 울적한 기분이 되고 좀 더 비관적이 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밥때가 되면 배가 고프고, 배가 부르면 잠이 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위산 분비 때문에 배가 고프다는 걸 느낀다고 알고 있는데, 뇌가 피로한 경우에는 어떤 기제가 작동하기에?
잠을 자고 일어나면 눈부시게 또 다른 하루인데, 이런 기분이 진짜라고 믿은 어린 시절의 내게, 말해주고 싶다. 야근하고 돌아가던 길 울컥해하던 그 시절의 어린 나에게, 이 기분은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진짜 생각이 아니라고. 이 기분으로 근거 없이 잡념의 꼬리의 꼬리를 물 필요가 없는 거라고. 가서 어서 꼬맹이를 안고 푸욱 잠을 자면 새로운 아침이라고. 그때의 내게 이 인생의 꿀팁을 꼭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