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야기

by 두루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나한테 별로 어렵지도 않은 지식을 설명해주면,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라는 진심 어린 인사를 받았다. 시덥잖은 질문이 많아서 시시하다 느낀 적이 많았다. 하지만 변호사에게 시시하더라도 시시한 그 대답을 누군가는 반드시 검토해주고 답을 내줘야 하므로, 내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자문을 해주고 나면, 밥을 얻어먹곤 했다. 굳이 안 사주셔도 되는데, 도움을 받았으면 밥을 사는게 회사의 암묵적 문화였다. 나는 도움을 주는 역할이므로, 밥 얻어 먹을 일이 꽤 자주 있었다.


전국 4000개 지점과 본부의 사람들은 정말 질문이 많았다. 전화는 하루종일 울렸고, 메신저에는 메모가 넘쳐났다. 나는 스스로를 답변봇이라 칭하며 시덥잖은 질문이나 어려운 질문이나 중요한 질문이나 차별두지 않고 답변을 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계발 되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전화로 주로 이뤄지는 업무로 인해 목은 매일 쉬었다. 같은 내용의 질문은 수도 없이 많아서, 어떤 것은 눈 감고도 줄줄 스트립트처럼 대답해 줄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런 게 너무 지겨워서 탈출을 바랬다. 전화 좀 안받고 싶었다. 그래서 전화 안받고, 혼자 일만 할 수 있는 곳으로 이직을 했다.


이 곳은, 중소기업이다. 왜 소기업, 영세기업이라는 말을 하지 않고 스타트업이라고 하는 걸까? 스타트업. 멋져보이지만 결국엔 두세사람이 창업하고, 그 다음엔 열, 다음엔 스물, 그 다음엔 오십 이렇게 커가는 소규모 주식회사를 부르는 말이다. 회사는 영위하는 업종과 무관하게 조직의 규모에 따라 그 분위기가 매우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변호사 한 10명 이내로 있는 변호사 사무실이나 원장 하나에 간호사 둘 있는 개인 병원이나 알바생과 사장이 있는 커피숖이나 편의점이나, 하는 일은 다르지만 그 사무실의 일상은 비슷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여기는 직원이 40명 정도 된다. 하는 일은 금융일지언정 조직의 성격은 40명의 회사 딱 그 정도이다.



22. 2월쯤 쓴 일기.

그때 내가 본 이 회사의 모습은 어땠을까, 끝을 내지 않아 아쉬운 일기다.


작가의 이전글저녁 약속과 베란다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