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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호 Feb 11. 2022

내가 ‘작가’라니 05.

내 원고에 관심을 갖는 출판사가 있다니

‘살아남은 카페들’이라고 이름 짓기로 했다.


최소 4-5년 이상의 업력을 지닌 클라이언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콘텐츠에 대한 확신도 점점 커져갔다. 아파트, 동네, 대학가 등 상권에 따라 챕터를 분리하거나 전문성, 구성 인원 등의 카테고라이징도 가능해 보였다. 아이디어가 하나 둘 떠오를 때마다 머릿속에서 행복 회로가 가속되며 ‘살아남은 카페들’은 족히 수십 쇄를 찍고 있었다.


원고가 조금 쌓이자 인디자인이라는 프로그램을 나름대로 익혀 공사를 마치며 찍어놓은 매장 인테리어 사진과 함께 편집해서 평소 관심 있던 출판사들에 돌리기 시작했다. 많은 곳에 메일을 보내지 않았기에 응답을 받은 곳의 수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중 한 곳과 미팅이 성사되었다.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을 주제로 하는 해외 유명 매거진의 판권과 더불어 자체 콘텐츠로 만드는 잡지도 출간하는 곳이었다. 내 원고에 관심을 갖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만남을 가져보니 원고를 충분히 검토하기보다는 책을 쉽게 쉽게 출판하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사진은 나에게 저작권이 있으니 그냥 사용하면 되지 않겠냐는 듯한 뉘앙스도받았는데, 그보다는 과연 이 책에 사진이 들어가는 게 좋은지 아닌지를 먼저 고민해 주는 곳과 함께하고 싶었다.

굳이 사진이 들어가야 한다면 원고에 맞춰 새롭게 촬영 하길 바라기도 했는데, 내가 찍어놓은 사진은 매장의 인테리어를 드러내기 위한 구도 위주였기에 자칫 이 책이 카페인마켓을 홍보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북’처럼 비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다시 고민이 깊어졌다. 직접 자비로 출판을 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운영 중인 법인이 있으니 정관을 고치고 출판 등록업을 하면 되지만, 과연 본업을 하며 출판업까지 병행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던 차에 ‘커피 브루잉’이라는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저서를 출판한 경험이 있는 클라이언트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자신의 다음 책을 내기로 한 출판사를 소개받았다.



‘연필과 머그’라는 이름의 그 출판사는 두 분의 젊은 에디터가 운영 중인 곳이었다. 그들은 수년 전 처음 원고를 청탁받은 ‘월간 커피’라는 잡지사 출신이었기에 나와도 일면식이 있었다.

주로 커피 문화와 관련된 주제를 다루려는 의도가 이름부터 진하게 베여있었고, 아직은 출간 서적 수가 많지 않아 다른 생업을 겸하고 있기도 했다.


연필과 머그에 먼저 연락해 원고를 보냈다.

다듬어야 할 곳이 보이지만 전반적인 기획 및 구성이 마음에 들고, ‘살아남은 카페들’이라는 제목에서 오는 훅(Hook)도 느껴진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다행이었다.

 

다만 연필과 머그는 겸직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빠른 속도로 진행을 도울 수 없다는 의견도 함께 받았는데, 나 역시 집필에만 매달리는 전문 작가가 아닐뿐더러 중간에 인테리어 의뢰가 들어오면 진행이 한동안 더딜 것이므로 굳이 빠른 진행을 원하진 않았다.

무엇보다 두 에디터 분들은 커피 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았기에 얘기가 잘 통할 것 같았고, 더불어 스타트업에 기대할 수 있는 신선함에도 주목했다.


결국, 연필과 머그와 함께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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