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이 첫 클라이언트라니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글로 옮기기로 결심하고 카페인마켓에 공사를 의뢰해 주었던 첫 클라이언트를 찾아갔다.
그 와는 10년 전 카페 프랜차이즈 회사를 함께 다니며 처음 연이 닿았는데, 덤벙덤벙한 성격이 못마땅했던 나는 당시에도 싫은 티를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퇴사를 했지만 그 결과는 사뭇 달랐다.
회사생활에 충실하며 배운 기술로 경기도 광주에서 알뜰살뜰 카페를 차렸지만 6개월도 버티지 못한 나와는 달리, 집 근처 수서동 아파트 상가에서 적은 비용으로 대충대충(?) 카페를 차린 그는 1년 만에 인근 상가를 하나 더 얻어 확장 공사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직원으로는 ‘덤벙덤벙’하던 성격이, 사장이 되자 ‘서글서글’함으로 변모한 것이다.
장사에 어려움을 겪던 나는 결국 자존심을 버리고 그에게 조언을 구했다. 고맙게도 대번에 경기도 광주로 달려와준 그는 예의 서글서글한 말투로 조언 대신 자기 매장 얘기만 주구장창 늘어놓았다. 그러던 중 메뉴판이 작아 손님들께서 불편해한다는 넋두리를 하길래, 내가 메뉴판을 만들어줄 테니 돈 대신 생두(원두로 볶기 전의 커피 상태)로 값을 치러달라는 제안을 했다.
그도 흔쾌히 응했기에 우리의 첫 거래는 그렇게 성사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는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확장 공사를 맡아줄 인테리어 업체를 찾던 그에게 나는 다시 한번 용역을 자처했다.
지금은 사세가 확장되어 경기도 용인에 제법 규모 있는 원두 납품 공장을 운영 중인 그이지만 9년 전 확장 공사를 준비하던 당시에는 공사 자금이 넉넉지 않았기에, 일이 없어 고심하던 나에게 작업을 맡기면 동기부여는 물론 적은 금액에 공사를 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던 것 같다.
그렇게 못마땅해하던 사람이 내 첫 클라이언트가 되다니, 세상 일은 참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 녀석과 또 한 번의 ‘첫’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오래된 벗과 쌓인 얘길 나누듯 충분한 질의응답 시간을 보냈는데, 모든 과정이 10년 전 수서동에서 처음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던 것처럼 낯설지만 설레는 경험이었다.
더군다나 정작 경기도 광주에서 그에게 듣지 못했던 장사 비법이 궁금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의 이야기’를 받아 적다 보니 막혀있던 글이 술술 써지기 시작했다.
받아쓰기는 글쓰기의 재능과는 무관해서일까?
그렇게 글쓰기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난 나는 그저 어떤 걸 물어야 할지만 생각하게 되었고, 원고가 쌓여가자 또 다른 클라이언트를 찾아 나서는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몇 번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질문의 수준도 처음과 다르게 심도 있는 내용들이 떠오르며 앞으로 찾아갈 곳과 해야 할 일들이 자연스레 그려졌다.
이제, 출판사를 찾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