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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호 Feb 05. 2022

내가 ‘작가’라니 03.

‘내 이야기’보다 재밌는 콘텐츠가 있다니

그렇게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내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 나는 인테리어를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한 채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프로젝트 의뢰를 받을 때마다 하루하루가 긴장과 배움의 연속이었지만, 그만큼 일에서 느끼는 보람과 성취도 컸다. 그렇게 경험이 하나, 둘 쌓여 가다 보니 마치 스스로가 성장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느껴지면서 ‘내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고 싶은 갈증도 커져만 갔다.


그런데, 생각만큼 글이 잘 써지질 않았다.


글쓰기가 체화되어있지 않았으며, 콘텐츠로 정리할 수 있을 만한 경험과 지식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줄까 하는 의구심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그렇게 나만 재밌는 이야기가 될까 봐 고민하는 사이에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에도 다행히 프로젝트는 끊이지 않으면서 내 포트폴리오도 제법 두터워졌다. 카페인마켓에 인테리어를 의뢰하는 클라이언트들은 대부분 개인 브랜드의 카페를 창업하려는 이들이었다. 쉽게 말해, 요구 사항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그들과는 자연스레 많은 대화가 오가게 되면서 매출이나 월세에 대한 얘기도 스스럼없이 나눌 정도로 가까워지곤 했다. 그들과의 대화가 길어질수록 들어줘야 할 요구 사항도 비례해서 늘어났지만, 그 과정이 너무 즐겁고 유익하게 느껴져 끊임없이 원하는 바를 묻곤 했다.


5년 정도 전에 작업을 도와드린 클라이언트와 최근에 만남을 가진 적이 있다. 자연히 대화의 중심은 장사에 관한 것이었다. 예의 그랬던 것처럼 부지런히 대화를 건네던 나는 좀 놀랄 수밖에 없었다. 5년을 넘게 버티고 있으니 장사가 어느 정도 되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그는 무척 장사를 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그 카페도, 클라이언트도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져 더 많은 질문을 던지다 보니 문득 써지지 않는 글 대신 삽화를 밀어 넣어 잡지사에 원고를 기고했던 것처럼, 나는 또 다른 꼼수를 떠올렸다.


'내 이야기'가 아니라,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겨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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