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반드시 인간이 가져야 할 능력

by 박지숙

AI 시대에 반드시 인간이 가져야 할 능력

AI 시대의 불편함도 대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속도”에서 시작된다. 어제의 숙련이 오늘의 평범이 되고, 오늘의 성실이 내일의 기준 미달이 되는 느낌. 그래서 요즘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단순한 ‘멘탈’이 아니라 직업 생존의 기술이 된다. 심리학에서 회복탄력성은 “어렵고 도전적인 삶의 경험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가는 과정과 결과”로 정의된다. 꺾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유연하게 조정하며 다시 기능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AI 시대의 위기는 ‘일이 사라진다’보다 ‘일의 형태가 바뀐다’에 가깝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2030 전망에서 핵심 기술로 분석적 사고, 창의적 사고, 그리고 회복탄력성·유연성·민첩성을 함께 올려놓는다. 즉,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다운 능력”이 더 비싸진다. 또한 맥킨지는 직장에서 생성형 AI가 빠르게 확산되며, 사람들은 문서 작성 같은 반복 업무보다 질문을 프레이밍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이라고 정리한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반드시 인간이 가져야 할 능력”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거창한 한 단어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4개의 실전 능력으로 묶어 말하고 싶다.

첫째, 메타인지 기반의 검증력이다. AI는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지만, 그럴듯함이 진실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용자가 “왜 그렇게 답했는가, 근거는 무엇인가, 다른 가능성은 없는가”를 점검하지 않으면 사고가 더 쉽게 미끄러진다. 최근 연구들은 생성형 AI 환경에서 사용자의 메타인지(자기 사고를 점검·조절하는 능력)가 중요해짐을 강조한다.
사례는 일상적이다. 병원에서 환자 교육 자료를 AI로 초안 작성했는데, 특정 약물 복용 주의가 빠져 있다면? 강의 슬라이드를 AI로 만들었는데 통계 정의가 미묘하게 틀렸다면? 이때 살아남는 사람은 “AI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의심하고 확인하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이다.


둘째, 문제정의(프레이밍) 능력이다. OECD는 미래 역량을 ‘새로운 가치 창출, 긴장과 딜레마 조정, 책임감’ 같은 변혁적 역량으로 설명한다.
AI에게 질문을 던질 때도 마찬가지다. “요약해줘”보다 “이 글의 독자가 어떤 불안을 느끼고, 그 불안을 줄이기 위해 문단 순서를 어떻게 바꿀까?”처럼 목적·대상·제약을 선명히 하는 사람이 결과를 지배한다. 같은 도구를 써도 성과가 갈리는 지점은 프롬프트 기술이 아니라, 문제를 보는 눈이다.

셋째, 공감과 신뢰를 만드는 소통력이다. AI는 안내문을 작성할 수 있지만, 불안한 사람의 눈빛을 읽지 못한다. 특히 의료·교육·돌봄 영역에서는 ‘정답’보다 ‘관계’가 결과를 바꾼다. 환자가 치료를 지속하는 이유는 약물명 때문이 아니라 “이 사람은 나를 이해한다”는 감각일 때가 많다. 회복탄력성 또한 개인의 의지로만 완성되지 않고, 사회적 지지와 연결 속에서 강화된다는 연구들이 반복해서 말해 왔다.
사례로, 같은 설명을 해도 환자가 “알겠어요”라고 말하는 순간은 정보가 많아서가 아니라, 내 말이 그 사람의 두려움에 닿았을 때다. AI는 정보를 빠르게 주지만, 신뢰의 속도는 여전히 인간의 언어가 만든다.


넷째, 윤리적 판단과 책임감이다. AI 시대의 위험은 ‘틀림’만이 아니다. 편향, 오남용, 그리고 허위정보의 확산이 더 커진다. WHO도 AI가 건강 영역의 허위정보 문제를 가속할 수 있음을 언급하며, 이를 다루기 위한 책임 있는 대응을 강조한다.
현장에서 “AI가 그렇게 말했어요”는 면책이 아니다. 최종 책임은 항상 인간에게 남는다. 그래서 살아남는 능력은 더 냉정하게 말하면 책임을 지는 용기다. AI는 조언을 하지만, 결정을 대신 감당해 주지 않는다.


결국 회복탄력성은 마음의 근육이면서 동시에 직업의 근육이다.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빨리 배우고, 정확히 의심하고, 따뜻하게 연결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 된다. AI는 우리를 대체하기보다, 우리를 시험한다. “네가 정말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니?”라고. 그 질문 앞에서, 회복탄력성은 단단한 답이 된다. 그리고 그 답은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오늘의 습관으로 만들어진다.


참고 문헌(웹)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Resilience (정의 및 개념).

World Economic Forum. The Future of Jobs Report 2025 (Skills outlook).

OECD. The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Education 2030 / Transformative competencies.

Southwick, S. M. et al. (2014). Resilience definitions, theory, and challenges (PMC).

Sisto, A. et al. (2019). Towards a transversal definition of psychological resilience (PMC).

McKinsey. Superagency in the workplace (2025).

McKinsey Global Institute. Agents, robots and us: skill partnerships in the age of AI (2025).

WHO (PMNCH/WHO). Navigating health misinformation in the age of AI (2025).

ArXiv. Protecting Human Cognition in the Age of AI (메타인지·비판적 사고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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