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건넨 한 뼘의 배려

내가 건넨 한 뼘 배려가 태산 같은 감동으로 돌아올 때

by 박지숙

병원이라는 공간은 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모두가 자신의 업무에 치여 앞만 보고 달릴 때, 우리는 가끔 곁에 서 있는 동료의 고단함을 놓치곤 한다. 하지만 오늘 나는 새삼 깨달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거창한 희생이 아니라, 아주 사소하고 작은 ‘배려’ 한 조각이라는 것을 말이다.


"힘들면 언제든 말해요" 그 한마디의 무게

심한 몸살감기로 안색이 파리해진 직원에게 외래 진료를 예약해준 일은, 내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음에 또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요"라고 건넨 무심한 듯 따뜻한 한마디. 그런데 그녀는 그 짧은 배려에 마음이 녹아내렸나 보다. 정성 어린 감사의 글과 함께 보내온 커피 쿠폰 한 장에는, 아픈 몸보다 더 깊게 위로받은 그녀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립글로즈에 담긴 섬세한 관찰과 애정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업무가 다른 동료에게, 내게 들어온 작은 선물들을 잊지 않고 나누어 주었다. "같이 먹어요", "이거 선생님 쓰세요" 하며 건넨 나의 성의. 그녀는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백화점에 들러 내 입술색에 꼭 어울리는 립글로즈를 몰래 선물했다. 내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나에게 무엇이 어울릴지 고민하며 고심했을 그 시간이 선물보다 더 진하게 내 가슴을 적셨다.


주차 공간보다 더 넓은 후배의 마음

복잡한 병원 주차 문제를 해결해준 후배가 고마워 명절마다 작은 선물을 챙겼다. 내가 받은 호의에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후배는 고향의 특산품을 한가득 안고 나를 찾아왔다. 내가 준 것은 작은 상자 하나였는데, 돌아온 것은 고향의 정취가 담긴 커다란 마음이었다.


나누고 살아야 하는 이유, 감사가 낳는 기적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그저 내가 받은 호의에 감사를 표했을 뿐이고, 곁에 있는 이들에게 작은 배려를 보탰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작은 씨앗들이 상대방의 마음이라는 비옥한 토양을 만나 ‘감동’이라는 커다란 열매로 되돌아왔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신비롭다.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고 건넨 순수한 호의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온기가 되어 나에게 되돌아온다. 이 아름다운 주고받음 속에서 나는 왜 우리가 나누며 살아야 하는지, 왜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를 배운다.


내가 건넨 작은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오늘을 버틸 힘이 되고, 그가 다시 나에게 보내준 감동은 내가 내일을 살아갈 에너지가 된다.

오늘도 내 입술에 동료가 선물해준 립글로즈를 바르며 다짐해본다. "먼저 베풀고, 더 많이 감사하며, 더 뜨겁게 나누는 사람이 되자"고.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고, 사람의 마음은 작은 배려 하나로도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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