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초의 망설임도 허용되지 않는 생사의 갈림길

: 멈춰버린 숨을 다시 깨우다

by 박지숙

병원의 하루는 평온해 보이다가도 찰나의 순간에 삶과 죽음의 경계로 돌변하곤 한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는 분주한 외래의 오후였지만, 내 신경은 온통 기관절개술을 받고 힘겹게 자가 호흡을 이어가던 한 환자에게 쏠려 있었다.


30분 간격으로 흡인(Suction)을 해내도 넘쳐나는 가래의 양은 속수무책이었다. 기계음은 연신 산소 포화도가 한계치에 달했음을 경고하며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순간, 거짓말처럼 모든 소리가 멈춘 듯한 정적이 찾아왔다. 끈적한 가래가 기관지를 완전히 막아버린 것이다.

환자의 얼굴은 순식간에 청색증으로 변해갔고, 의식은 아득한 저편으로 사라졌다. 산소 포화도 수치가 바닥을 치는 순간, 나의 몸은 머리보다 먼저 움직였다. 28년 임상 경험이 응축된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코드 블루(Code Blue)!"

짧고 강렬한 외침과 함께 심폐소생술(CPR)이 시작되었다. 흉부를 압박하는 내 손바닥을 통해 환자의 멈춘 심장 소리가 전해지는 듯했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닦을 여유조차 없었다. 막힌 기도를 확보하고, 다시 산소를 불어넣으며 1분 1초를 다투는 사투를 벌였다.

오직 내 눈앞에 놓인 이 생명이 다시 첫 숨을 내뱉게 해야 한다는 간절함, 그리고 내가 가진 숙련된 기술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호사로서의 소명뿐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멈췄던 환자의 가슴이 미세하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모니터의 수치가 서서히 차오르고, 마침내 규칙적인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려왔다. 응급 처치 끝에 환자는 고비를 넘겼고, 정밀 치료를 위해 중환자실로 이송되었다.

며칠 후,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회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그곳에서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산소마스크 너머로 나를 알아본 환자가 힘겹게 내 손을 맞잡은 것이다. 비록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떨리는 눈빛과 꽉 쥔 손아귀의 힘이 수만 가지 언어보다 더 깊은 감사를 전하고 있었다.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내가 건넨 그 말은 환자에게 하는 인사임과 동시에, 간호사로서 내 삶을 지탱해온 보람에 대한 스스로의 확답이었다.


사람들은 묻는다. 무엇이 당신을 그토록 치열하게 공부하게 하고, 긴 시간을 병원에서 버티게 하느냐고. 나의 대답은 언제나 명확하다.

나의 빠른 판단과 숙련된 손길이 한 사람의 무너진 세계를 다시 세울 수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출근'일지 모르나, 나에게는 매일 누군가의 '생존'을 돕는 기적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다시 숨을 쉬게 된 환자의 따뜻한 체온이 나를 더 부유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만든다. 나는 내일도 이 하얀 복도 위에서 누군가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파수꾼이 될 것이다. 그것이 내가 간호사로 살며 경험하는 가장 눈부신 보람이자 행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