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막다른 길에서 '극기고(克己苦)

병원 평가와 시어머니의 치매, 그 사선에서 나는 '휴직'을 선택했다

by 박지숙

수간호사의 가운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특히 '병원 평가'를 앞둔 시점의 수간호사는 24시간이 모자란 전투태세와 같다. 병동의 모든 지표를 점검하고, 서류의 오타 하나까지 잡아내며 밤샘을 밥 먹듯 하던 시기였다. 병원의 성패가 내 어깨에 달려 있다는 책임감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삶은 나에게 또 다른 가혹한 시험지를 던졌다. 시어머니의 치매 진단. 나의 일상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낮에는 병원의 완벽한 평가 준비를 위해 날을 세웠고, 밤에는 길을 잃거나 방금 식사한 것을 잊으시는 어머니를 돌보며 가족들과 갈등의 날을 세워야 했다. 전문직 간호사로서 환자들은 능숙하게 케어했지만, 정작 내 가족의 병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내 모습이 비참했다.

"수간호사가 자리를 비우면 이 평가는 어떡하나?"라는 조직의 시선과, "어머니가 저러신데 일만 할 거냐?"는 가족의 원망 사이에서 나는 매일 밤 소리 없이 울었다. 결국 나는 내 이름 석 자 앞에 붙은 '수간호사'라는 명패를 내려놓고 '휴직'을 선택했다. 그것은 비겁한 도망이 아니라,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항복이자 선언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병원은, 멈춰버린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폭풍 같은 간병의 시간을 지나 복직했을 때, 이미 병원의 시계는 나를 제외한 채 멀리 가 있었다. 이미 박사 학위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한 번 '이탈'했던 나에게 승진의 문은 차갑게 닫혀 있었다. 암담한 현실이었다. 조직을 위해 헌신했던 시간은 간병 휴직이라는 한마디에 희석되어 버렸고, 나는 더 이상 '승승장구'하던 기대주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그 막다른 길에서 '극기고(克己苦)'를 시작했다.

조직이 나에게 승진이라는 계단을 주지 않는다면, 나는 나 스스로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 복도 끝에 멈춰 서서 우는 대신, 나는 더 넓은 세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병원 내부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전문성으로 QI(의료질 향상) 활동의 선봉에 섰고, 밖으로는 대학 겸임 교수로 강단에 서며 나의 박사 학위가 현장과 어떻게 만나는지 증명해 보였다. 노인 심리 상담사 자격을 따며 시어머니를 돌보며 느꼈던 아픔을 학문적 깊이로 승화시켰고, 요양심사 간호사 자격을 통해 보건의료 시스템 전체를 조망하는 눈을 가졌다.

그 치열한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제 나는 병원이라는 작은 울타리 안의 수간호사가 아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환자의 마음을 상담하며, 의료의 질을 설계하는 '다방면의 전문가'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 일과 가정 사이에서 길을 잃은 후배 간호사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겪고 있는 그 '멈춤'은 결코 추락이 아니다. 병원 평가보다 중요한 인생의 평가에서 당신은 이미 소중한 가치를 지켜낸 영웅이다. 조직이 당신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다.

나의 '극기고'가 증명하듯, 당신의 시련은 반드시 가장 빛나는 훈장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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