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마주한 눈물, "선생님은 그대로시네요"

소중한 자녀를 보내고 자신도 암에 걸린 엄마의 눈물

by 박지숙

간호사로 산다는 것은 수많은 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함께 넘기는 일이다. 어떤 페이지는 너무 일찍 끝나버려, 책장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손끝이 떨리곤 한다. 10년 전, 혈액종양내과 병동에서 만났던 스물네 살의 그녀가 그랬다.

그녀는 이제 막 경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세상에서 가장 늠름한 딸이었다. 하지만 임용 전 마지막 관문이었던 신체검사에서 운명은 가혹한 장난을 쳤다. 안와암(Orbital Cancer). 제복을 입고 거리를 누벼야 할 청춘은 그렇게 병원 환자복에 갇히고 말았다.

항암 치료의 고통 속에서도 그녀는 강인했다. 여경답게 씩씩하게 버티려 애썼지만, 암세포는 야속하게도 그녀의 빛나던 눈과 꿈을 차례로 앗아갔다. 그녀가 끝내 숨을 거두던 날, 병동 전체가 침묵에 잠겼다. 딸의 마지막을 지키며 오열하던 어머니의 뒷모습은 오랫동안 내 가슴에 박혀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되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나는 부서를 옮겨 다른 병동에 있었다. 회진을 돌던 중, 위암으로 입원한 한 중년 여성 환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10년 전에 혈액종양 병동에 계셨던 박 선생님 아니신가요?"

순간 잊고 있던 기억의 파편들이 맞춰졌다. 10년 전, 그 여경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딸을 보내고 자신도 암이라는 불청객을 맞이해 다시 병원을 찾은 것이었다.

"딸을 보내고 나서 제 마음이 다 타버렸나 봐요. 저도 이렇게 암에 걸려 다시 선생님을 뵙네요."

그녀는 내 손을 꼭 잡았다. 딸을 간병하던 그 고통스러운 병원이 사실은 다시 오기 싫은 곳이었겠지만, 막상 암 진단을 받고 나니 그때 딸의 곁을 지켜주던 간호사들이 생각나 일부러 나를 찾아왔다고 했다.

"그때 선생님이 우리 딸 손 잡아주던 거, 밤새 같이 울어주던 거 한 번도 잊은 적 없어요. 죽기 전에 선생님 다시 만나면 꼭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딸이 사망한 지 10년. 어머니는 그 긴 세월 동안 병원의 차가운 냄새와 자신의 아픔을 딸과의 마지막 추억으로 간직하며 견뎌온 것이었다. 암에 걸린 자신을 한탄하기보다, 그때의 나를 기억해주고 고마워해 주는 그 숭고한 마음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환자의 임종을 지키는 일이 때로는 무력감에 빠지게 하지만, 우리가 건넨 작은 진심은 1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다시 우리에게 '살아갈 이유'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어머니의 여윈 손을 맞잡았다. 10년 전 그녀의 딸에게 다 하지 못했던 위로를 이제는 어머니에게 전해야 할 차례였다.

"어머니,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어머니 곁을 지킬게요. 우리 같이 이겨내 봐요."

슬픔은 10년 전 그대로였지만, 우리는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작은 치유를 얻고 있었다. 병원은 죽음이 가득한 곳인 동시에, 이토록 뜨거운 생의 인연이 이어지는 기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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