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 끝에 꾹꾹 눌러 담은 사랑, 1층 남자의 겨울

by 박지숙

밤새 세상의 소음을 다 덮어버릴 듯 소리 없이 눈이 내렸다. 하얗게 변한 세상은 아름답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낭만일 수 없는 차가운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이른 아침, 창밖으로 들려오는 사각사각 규칙적인 빗자루 소리에 시선을 옮겼다.

우리 아파트 1층에 사는 장애아를 둔 아이 아빠다. 그는 아침 일찍부터 나와 정성스럽게 눈을 쓸고 있었다. 자기 집 앞만이 아니다. 입주민 모두가 오가는 공동 계단과 경사로까지, 그는 마치 정교한 조각을 하듯 눈을 치워낸다.

그의 빗자루질은 유난히 힘이 실려 있고 정성스럽다. 단순히 눈을 치우는 행위가 아니라, 아이가 휠체어를 타고 나설 길에 혹여나 작은 걸림돌이라도 있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빗자루 끝에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그가 쓸어내는 것은 눈이 아니라, 아이가 마주할 세상의 차가운 시선과 장애물일지도 모른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운다는 것. 간호사로서 수많은 환자와 가족을 보아온 나조차도 그 깊은 슬픔과 고단함을 감히 다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다. 아이의 성장이 멈춘 자리에서 부모의 가슴은 얼마나 자주 무너졌을까. 남들은 한 걸음이면 갈 길을, 열 걸음 뒤처져 가야 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그는 얼마나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웠을까.

하지만 오늘 아침, 묵묵히 길을 닦는 그의 뒷모습에서는 슬픔보다 더 큰 '단단함'이 보였다. 세상이 아이에게 친절하지 않다면, 나라도 먼저 나가 이 세상을 조금 더 부드럽게 닦아놓겠다는 그 고요한 투쟁. 그가 쓰는 계단 위로 이웃들이 아무렇지 않게 발을 내디딜 때, 그 길은 누군가의 헌신으로 만들어진 '사랑의 통로'가 된다.

부모라는 이름의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의 빗자루를 들고 산다. 나 또한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의 앞길에 놓인 가시방석을 대신 치워주고 싶어 안달복달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1층 남자를 보며 깨닫는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은 아이를 대신해 걷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바퀴를 굴려 나갈 수 있도록 묵묵히 길을 터주는 것임을. 그 길이 비록 눈 덮인 차가운 길일지라도, 누군가 나를 위해 길을 닦아주었다는 온기만 있다면 아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가 쓸어낸 길 위로 아침 햇살이 비친다. 이제 곧 그의 아이가 휠체어를 타고 세상 밖으로 나올 것이다. 아빠가 닦아놓은 깨끗한 길 위에서 아이가 마주할 바람은 조금 더 다정했으면 좋겠다.

나는 창가에 서서 한참 동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따뜻하고도 슬픈 마음을 다 알 순 없지만, 오늘 아침 그가 우리에게 선물한 깨끗한 길 위에서 나는 '사랑'의 가장 낮은 자세를 배웠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인사를 마음속으로 건네며, 나 또한 내 아이들이 걸어갈 길을 위해 내 마음속의 눈을 쓸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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